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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체코·슬로바키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발자취 좇다보니…하루가 이다지도 짧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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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05 10:00:00 수정 : 2018-05-04 20:3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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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베데레 궁전서 만난/구스타프 클림트 ‘키스’/관람객의 시선 한몸에/와인 한잔 손에 들고서/쇤브룬 궁 거닐다보니/마치 귀족이 된 듯 행복
오스트리아 빈 벨베데레 궁전 정원은 프랑스식 정원으로 벨베데레 상·하궁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아침이 밝아온다. 지난밤 ‘왈츠의 도시’에서 세계 최고 발레단인 ‘빈 국립 발레단’이 선사한 백조의 호수 공연을 즐기고 맞은 아침이다. 빈은 체코와 슬로바키아 여행의 마지막 여정으로,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선택한 도시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도시이다. 오늘 하루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화려한 문화와 제국의 영광이 고스란히 보존된 세계문화유산 도시에서 마지막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식당에 차려진 식기세트부터 제국의 영광을 보여주는 듯 화려하기 그지없다. 아름다운 찻잔에 차를 따라 한 모금 음미하며 제국 시대의 왕족과 귀족의 삶이 이랬을까 상상해 본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합스부르크 왕가는 유럽에서 가장 긴 역사와 전통을 지닌 대표적인 가문이다. 1273년, 루돌프 1세가 신성로마제국의 왕으로 선출되면서 유럽의 중심 무대에 등장한 합스브루크 왕가는 1918년 마지막 황제 카를 1세가 퇴위할 때까지 650년 동안 유럽의 핵심 세력으로 군림해 왔다. 오랜 세월 신성로마제국과 오스트리아제국의 황제를 배출하면서 영광을 누려온 가문은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보수반동의 정치적 보루가 되면서 역사적 부침을 겪게 된다. 더구나 1914년 사라예보에서 황태자 부부가 암살되면서 촉발된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면서 1918년 역사의 뒤안길로 영원히 사라진다.

그러나 합스부르크 왕가가 유럽 문화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수많은 음악과 예술이 이들의 후원 속에 탄생했으며 화려한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들은 지금까지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먼저 방문할 곳은 호텔에서 멀지 않은 벨베데레 궁전이다. 벨베데레 궁전은 상궁과 하궁으로 나뉜 아름다운 외관과 프랑스식 정원으로도 유명하지만, 무엇보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회화 컬렉션으로도 유명하다. 합스부르크가는 소유주였던 오이겐 공이 사망하자 궁전을 매입해 증축하면서 이곳에 미술 수집품을 보관해 왔다.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 건축물과 벨베데레 궁전 정원은 벨베데레 상·하궁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벨베데레 궁전 구스타프 클림트의 회화 컬렉션으로도 유명하다.
이른 시간에 열지 않은 미술관 운영 시간 탓에 여유로운 아침 식사를 즐기고 벨베데레 궁전으로 향했다. 벨베데레 상궁에서 구스타프 클림트 ‘키스’를 만나기 위해서다. 특유의 황금빛 찬란한 색채로 뒤엉킨 채 키스를 나누는 연인은 많은 관람객의 시선을 받고 있었다.
호프부르크는 6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합스부르크 황제들의 공식 주거지였던 웅장한 건물들이 빈 미술사 박물관, 국립도서관 메인 홀인 프룬크자알을 비롯한 주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벨베데레 궁전과 클림트의 작품들을 둘러보고는 호프부르크로 향했다. 6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합스부르크 황제들의 공식 주거지였던 웅장한 건물들은 빈 미술사 박물관, 국립도서관 메인 홀인 프룬크잘을 비롯한 주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빈 미술사박물관는 1858년 프란츠 요제프 1세의 영토 확장을 기념해 세워진 건축물로 합스부르크 왕가가 유럽에서 절대적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던 시절 소장품을 만날 수 있다
빈 미술사박물관은 1858년 프란츠 요제프 1세의 영토 확장을 기념해 세워진 건축물로, 빈에서 중요한 건물 중 하나이다. 빈에서 머무는 시간이 아무리 짧더라도 반드시 둘러보아야 한다는 관광청 안내에 따라 2시간 만에 천 년에 걸친 합스부르크 왕가의 소장품을 슬쩍 들여다볼 예정이다. 예술작품의 보물 창고인 미술관은 합스부르크 왕가가 유럽에서 절대적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던 시절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게 한다. 
빈 미술사박물관 쿠폴라 홀의 카페.
먼저 들어선 쿤스트카머(예술의 방)는 합스부르크 황제들과 대공들이 천 년에 걸쳐 수집한 미술품 2100여점이 진귀함을 뽐내고 있다. 유난히 어린아이들 관람객이 많은 이곳에서 웃고 떠들며 선생님과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모습이 오히려 낯설게 다가온다. 여유 없이 바쁘게 넓은 미술관을 헤매고 다녀서인지 허기진 것도 잊었다. 쿠폴라 홀에 위치한 카페에서 달콤한 빈 커피를 곁들여 수프와 전통 페스트리로 간단한 식사를 하고 피터 브뤼겔 1세의 세계 최대 회화 소장품 감상에 나섰다. 파울 루벤스, 베르메르, 렘브란트 작품이 눈길을 끈다.
알베르티나 미술관은 5만여점의 그림과 수백만점의 판화들로 후기 고딕 시대부터 현대 미술까지 주요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미술관 투어의 마지막으로 알베르티나 미술관에 들렸다. 5만여점의 그림과 수백만점의 판화들로 후기 고딕 시대부터 현대 미술까지 주요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시간이 부족해 특별전인 쉴레 작품들을 중심으로 감상하고 오후 4시로 예약된 쇤브룬 궁전 투어를 위하여 서둘러 미술관을 나왔다. 수많은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고 싶었지만 빠듯한 일정 탓에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분수와 정교한 조각상이 있는 쇤부룬 궁의 아름다운 정원은 궁전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쇤브룬 궁은 마차를 이용해 둘러보기로 했다. 궁전 뒤로 광대한 프랑스식 정원이 펼쳐진다. 분수, 정교한 조각상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정원은 궁전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마차는 1752년에 세워져 유럽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동물원과 미로공원을 지나친다. 쇤브룬 궁에서는 간단한 음악회가 예약되어 있다. 모차르트의 음악들이 연주되며 오페라 가수와 발레 무용수를 통해 빈의 정취를 맛볼 수 있다. 중간 휴식 시간 동안에 스파클링 와인 한잔을 들고 늦은 밤 불빛 없는 궁전을 거닐어 보니 바로크 시대의 귀족이 된 듯하다. 
오스트리아 빈 쇤브룬 궁전. 바로크 시대의 정취가 느껴진다.
빈 소년합창단 공연을 볼 수 있는 빈 왕궁 예배당, 황후 엘리자베트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시시 박물관을 방문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거리 곳곳에 자리한 궁전과 옛 건물에서 도시 역사를 느끼며 늦은 밤 빈 구시가를 둘러싼 링거리를 따라 호텔로 돌아와 빈에서의 짧은 일정을 마감한다. 빈에서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깊어간다. 
쇤브룬 궁에서 열린 음악회. 모차르트의 음악들이 연주되며 오페라 가수와 발레 무용수를 통해 빈의 정취를 맛볼 수 있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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