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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아베의 개헌 꿈과 北… 北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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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02 21:13:04 수정 : 2018-05-02 23: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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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상황 따라 北 이용해 온 아베… 지금, 급해졌다 딱 1년 전 일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해 일본의 헌법기념일(5월3일)을 맞아 우익 세력 집회에 보낸 동영상과 우익 성향 매체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를 통해 ‘아베 개헌 구상’을 밝혔다. 전쟁 포기와 전력 보유 금지 등을 규정한 ‘헌법 9조’를 그대로 둔 채 자위대의 존재를 추가로 명기하고, 개정된 헌법을 2020년 시행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집권 자민당 차원에서 논의된 적도 없는 자신의 독자적인 생각이었다. ‘아베 1강’ 체제가 굳건하던 때였다.

이후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 중의원 해산에 따른 총선거 때 일부의 반대를 무시하고 당 공약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내용을 포함한 개헌 방침을 천명했고, 이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자민당은 아베 총리의 바람대로 ‘9조의 2’를 신설하고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내용을 담은 당 차원의 개헌안을 마련해 지난 3월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우상규 도쿄특파원

하지만 1년 사이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아베 총리의 사학스캔들, 재무성의 관련 공문서 조작, 자위대의 문서 은폐 사건 등이 줄줄이 터지면서 아베 총리에 대한 일본 국민의 실망감이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이대로는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자신의 숙원으로 꼽아 온 개헌을 쉽게 포기할 리 없다. 그는 지난달 20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자민당 지방의원을 상대로 한 연수회에서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해 위헌 논쟁에 종지부를 찍지 않겠느냐”고 외쳤다. 그는 개헌 분위기가 전국으로 확산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가 개헌 꿈을 이어가려면 당장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총리 임기를 3년 연장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지면 총리직을 내놓아야 하고, 개헌 꿈도 물거품이 된다. 그가 출마조차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올 만큼 상황이 좋지 않지만 그는 여러 차례 어려움을 돌파해 왔다. 이번에는 자신이 특기로 내세워 온 외교 쪽에서 ‘반전 카드’를 마련하려고 애쓰고 있다. 특히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성과를 거둘 수만 있다면 자신의 지지 기반인 우익·보수 세력을 결집해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대북 압력’ 노선을 고집하던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요르단 암만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2002년 북·일 평양선언에 따라 납치·핵·미사일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북한과 국교를 정상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평양선언은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통해 내놓은 것으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와 경제 보상 내용을 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정치 상황에 북한을 수차례 이용해 온 인물이다. 평양선언 당시 관방 부장관이던 그는 양국의 합의에 따라 일시 귀국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들을 돌려보내지 않아 북·일 관계를 냉각시켰고 결과적으로 납치 문제의 해결 기회를 날려버렸다. 하지만 그는 이 일로 영웅 대접을 받으며 전국적인 스타 정치인이 됐다. 그는 지난해 총선 때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국난’으로 규정해 우익·보수 세력을 결집하며 승리를 거뒀다.

북한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언젠가는 북한의 경제 재건을 위해 일본의 돈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꼭 아베 총리일 필요는 없다. ‘포스트 아베’와 대화를 해도 된다. 마음이 급한 건 아베 총리다. 지금이라면 북한이 일본을 상대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도 있어 보인다.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우상규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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