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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북핵, 같은 게임, 다른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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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25 23:28:02 수정 : 2018-04-25 23: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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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모두 새 패러다임 맞는 새 전략 필요 4·27 남북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북한 핵문제가 핵심 의제로 논의된다는 점이다. 북한의 역대 정권은 줄곧 핵 문제를 북·미 간의 현안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한국은 끼어들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이 입장을 바꿨다. 그 이유는 북한 핵문제에서 진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남북한 관계가 현재의 교착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을 북한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문재인-김정은 회담은 다가올 김정은-도널드 트럼프 회담의 전초전이나 탐색전이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데이비드 강 남가주대 교수는 최근 ‘동아시아포럼’에서 “문재인-김정은 회담이 메인 이벤트이고 이 회담이 김정은-트럼프 회담보다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문-김 회담이 잘못되면 김-트럼프 회담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김 회담이 잘 되면 이것이 김-트럼프 회담을 인도하고, 방향을 제시하며 북·미 관계가 나빠지는 것을 막아주게 된다”고 강조했다.

남북정상회담은 그런대로 잘 될 것이라는 게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남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과 예술단 교환 공연 및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김-트럼프 회담이다.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팀 당국자나 민간 전문가 중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에도 회담을 하는 게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데에도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미국 조야에서는 김-트럼프 회담의 결과물로 나올 ‘불완전한 북핵 합의’를 토대로 북·미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김-트럼프 회담에 대한 조심스러운 낙관론도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 근거는 북핵이라는 게임은 같지만 플레이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30대 중반의 ‘신세대’ 지도자이다. 그는 김일성, 김정일과는 다른 새로운 통치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를 계기로 한반도의 해빙을 선도하고 있다. 트럼프도 미국의 전통적인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그는 기성 정치권의 아웃사이더답게 예측 불가능한 롤러코스터 국정 운영으로 미국과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제3세대 지도자 김정은과 비즈니스맨 트럼프는 뜻밖에도 케미스트리가 잘 맞을 수 있다. 김정은은 낡은 이념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도 이념, 전통, 가치 등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과 미국의 이해관계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면서 예상 밖 선택을 할 수 있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김정은-트럼프 사이에서 중재자로 나선 문 대통령 역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다른 대북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의 과거 진보 정부는 북한에 ‘일방적 퍼주기’를 했다가 북한의 핵·미사일로 뒤통수를 맞은 뼈아픈 실책을 경험했다. 문재인정부는 이 때문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압박에 적극 동참하고, 굳건한 한·미 공조 체제를 유지하면서 남북한 교류와 협력의 토대를 만들려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북핵 게임을 뛰는 선수가 달라져 불확실성이 더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남·북·미 모두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김정은은 회담 시작 전에 북핵 동결 카드를 던지는 새 전략을 들고 나왔다. 이제 문·트럼프 팀이 이것을 북핵 문제 종식을 위한 ‘끝의 시작’으로 옭아매는 전략을 선보일 차례이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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