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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어린학생 ‘SKY’로… 지방 로스쿨, 밀릴 수밖에”

입력 : 2018-04-24 19:37:33 수정 : 2018-04-24 21: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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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시 합격률 낮은 지방 로스쿨 하소연 / 2015년 기준 31세 이하 신입생 고대 100%·서울대 97%에 달해 / 지방은 50%대… 경쟁력 떨어져 / “구조조정 운운 너무해” 볼멘소리 / ‘지역 대학 졸업생 10∼20% 선발’ / 2018년부터 의무화 추진… 격차 우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상담을 하는 변호사 A(36)씨는 30대 수험생들이 법학적성시험(LEET)에서 고득점을 받았더라도 지방 소재 로스쿨을 권한다. 동일한 LEET 점수와 학점이라도 ‘스카이’(SKY: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은 비교적 어린 학생을 선호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30세 이상이면 학부를 SKY에서 나왔더라도 지방 로스쿨을 지원하는 게 공식”이라고 귀띔했다.

최근 법무부가 전국 25개 로스쿨의 변호사시험(변시) 합격률을 공개한 가운데 지방 로스쿨을 중심으로 억울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자 지방을 중심으로 “다양한 경력을 가진 법조인 양성이란 로스쿨 취지를 감안할 때 변시 합격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구조조정 운운하는 건 너무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2∼2018년 변시 누적 합격률이 높은 로스쿨들은 대학교를 막 졸업한 젊은 학생들을 뽑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일보가 국회에서 입수한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로스쿨 신입생 중 31세 이하가 가장 많은 로스쿨은 고려대로 126명(특별전형 합격자 등 포함) 전원을 31세 이하로 채웠다. 성균관대(97.6%)와 서울대(97.4%)도 31세 이하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원광대(누적 합격률 25위), 제주대(〃 24위), 동아대(〃 23위) 등은 신입생 중 31세 이하 비율이 각각 56.3%, 72.3%, 53%를 기록하며 전체적 연령대가 높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 소재 로스쿨 B교수는 “나이가 어릴수록 암기력과 이해력이 좋아 변시에서 좋은 결과를 낸다”며 “교수들 사이에 30대 서울대생보다 20대 ‘서성한’(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 학생이 낫다는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원자 나이는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주로 면접에서 (점수에) 반영된다”고 덧붙였다.

지방대 로스쿨에서는 서울 소재 로스쿨이 변시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낮은 연령대 학생까지 휩쓸어간다는 불만이 나온다. 서울 로스쿨들이 출신 학부뿐만 아니라 나이까지 비중 있게 고려해 뽑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지방의 한 국립대 로스쿨 C교수는 “서울 소재 로스쿨이 다양한 법조인 양성에 목적을 두지 않고 변시 합격 확률이 높을 것 같은 학생만 쓸어가는 건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단지 낮은 변시 합격률을 이유로 지방대 로스쿨 구조조정 운운하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공학 분야 연구소에 약 3년간 재직하다 지방 사립대 로스쿨에 진학한 D(35)씨도 “합격률이 공개되고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오면서 교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올해부터 로스쿨이 소재한 지역의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을 의무적으로 10∼20%씩 선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지방 로스쿨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방 소재 11개 로스쿨 가운데 강원대(강원권)와 제주대(제주권)는 10%, 경북대와 영남대(대구·경북권), 동아대와 부산대(부산·울산·경남권), 원광대·전남대·전북대(호남권), 충남대와 충북대(충청권)는 각 20%를 선발해야 한다. C교수는 “지역인재 할당이 의무화되면 지방 로스쿨과 서울·수도권 로스쿨 간 합격률 격차가 더 심해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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