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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다시 대통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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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23 23:45:12 수정 : 2018-04-24 09: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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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부는 따뜻한 봄바람 / 언제든 부를 수 있는 동남풍 아니다 / 우리가 내부 분열에 흔들리면서 / 어찌 남북관계 주도할 수 있나 우리가 흔히 보는 한반도가 중심에 있고 양쪽으로 대륙이 펼쳐진 세계지도는 안정감과 균형감을 준다. 이 지도를 아래 위 뒤집어서 보면 태평양과 인도양이 우리 앞마당처럼 보이기도 해서 “한국이 세상의 중심이다”라는 구호가 그럴듯하게 들린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해 취임식에서 ‘글로벌 해양강국 도약’을 역설하면서 이 ‘거꾸로 세계지도’를 배경으로 걸었다. 이 지도를 대중에 널리 알린 사람은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다.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는 신념을 책으로 펴내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끄트머리에 매달린 반도가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을 발판으로 삼고 드넓은 태평양의 해원(海原)을 향해 힘차게 솟구치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거꾸로 세계지도는 발상의 전환이다.

‘불바다’ ‘코피전략’ 같은 살벌한 전쟁 광기가 휩쓸고 ‘핵 단추’ 자랑이 늘어지던 한반도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봄의 전령사가 되어 고군분투하더니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었다. 남북정상회담의 표어는 ‘평화, 새로운 시작’이다. 한반도를 녹이고 있는 미풍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희망이라면 바람의 끝에서 보게 될 것들은 꿈으로만 꾸던 평화 그 자체여도 좋고 하나됨의 상전벽해 세상이라면 더 바랄 나위 없겠다. 통일이 도둑처럼 오지 말고 초대받은 손님으로 오면 좋겠다는 욕심도 생긴다.
김기홍 논설위원

우리가 지금 온몸으로 느끼는 훈풍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불러올 수 있는 제갈공명의 동남풍이 아니다.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덤으로 주는 원 플러스 원 상품, 경품행사에서 운이 좋아 얻어걸린 행운이 아니다. 남북 분단 이후 거쳤던 수많은 시행착오가 씨줄과 날줄처럼 얽히고설킨 끝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가혹한 제재를 가하고, 문재인정부가 꾸준히 설득해 다리를 놓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생각을 고쳐먹으면서 절묘하게 만들어진 기회다. 그 과정의 막전막후 스토리를 쓰자면 책 몇 권은 될 것이다.

북한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세계적 이벤트를 앞두고 핵실험장 폐기와 미사일 시험발사 중지를 발표했어도 그들이 정말 핵을 포기할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비핵화 의지가 아니라 비핵화 실천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비핵화 의사를 밝히고 정상회담을 원하고 핵실험 중지를 천명하면서 비핵화 논의의 장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세계는 바로 얼마 전까지 북한을 외부세계와 벽 쌓고 안으로만 움츠러드는 고슴도치를 다루듯 으르고 달래느라 진을 뺐다. 이제 고슴도치가 가시에 힘을 빼고 얼굴을 들어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어렵게 바깥 세상에 눈을 돌린 고슴도치를 서툴게 다뤄 다시 가시 속에 숨게 할 이유는 없다. 이쪽의 진심을 보여주어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 핵무기를 내려놓으면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전이 보장되고 북한 주민이 ‘존엄 높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는 미래를 맞게 될 것임을 믿게 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믿을 수 없다고 해서 무시할 것까지는 없다. 핵실험장 폐기 선언을 “위장 쇼”라고 하는 자유한국당처럼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것은 일을 되게 하려는 자세가 아니다. 한반도 평화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역사적인 세계적 행사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한국당은 “북한이 핵실험 중단이 아니라 핵을 폐기하고 경제 발전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진정성이 있다면 기꺼이 북한을 도울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렇게 하도록 하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공들이고 있는 것 아닌가.

두번 다시 없을 기회를 살리느냐 마느냐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민주주의와 법치 정신을 훼손한 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뜨거운 마음을 모았으면서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에 힘을 모으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중대사를 앞두고도 진영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남북관계 발전은 정부·여당의 힘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정파를 초월한 협력, 국민적 지지와 성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가 흔들리면서 어찌 남북관계를 주도할 수 있나. 세계지도를 거꾸로 세우듯 국민 대통합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상회담을 마치고 문재인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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