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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물먹는 플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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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23 00:25:41 수정 : 2018-04-23 00: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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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김 제품에는 실리카겔이 들어간 제습제가 포함돼 있다. 습기를 제거해 김맛을 보존하기 위한 장치이다. 실리카겔은 표면에 있는 미세한 구멍으로 습기를 잡는다. 구멍 크기는 담배연기 입자 정도. 구멍이 다 차면 기능이 정지한다. 1∼2년 지나면 기능이 80% 이상 저하돼 교체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물먹는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진짜 ‘물먹는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물분자의 극성을 활용해 습기를 잡아먹는 고분자 플라스틱이다. 물분자는 산소원자가 음전하를 띠고 수소원자가 양전하를 띤다. 이 고분자 소재는 자석처럼 음극, 양극을 이용해 물분자를 끌어모은다. 자석에 철가루가 붙으면 붙을수록 더 많이 붙는 것처럼 이 소재도 물분자를 점점 더 많이 끌어모으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 고분자제습제(SDP)를 휴소브(HUSORB)라고 이름 붙였다. 한국과 미국, 독일에서 특허도 받았다. 일본에 투하된 원자탄을 개발했던 맨해튼프로젝트에서 핵물질을 분리했던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가 1990년대에 도전했다가 손들었던 일을 해낸 것이다.

여름철 낮은 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인 무더위로 잠들기 어려운 밤을 열대야라고 한다. 사실 25도에서는 써늘한 기운을 느낄 수도 있다. 불쾌하고 잠 못 드는 이유는 습기 때문이다. 한낮의 기온이 내려가면서 만들어내는 습기가 퍼지면서 온도가 떨어져도 시원함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습기만 제거하면 쾌적해진다. KIST팀은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새로운 에어컨을 개발했다. 에어컨에 ‘물먹는 플라스틱’을 장착해 습기 제거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그랬더니 전력 사용량이 절반이나 줄었다.

1990년대 말 에어컨의 냉매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 파괴 주범으로 드러나 대책을 찾을 때 KIST팀은 독일 연구팀과 에어컨 기능 개발에 매달렸다. 정부 연구비 지원 중단으로 기술 개발을 완료하지 못했다가 한 연구원의 집요한 노력으로 10여년 만에 결실을 봤다. 이 신소재를 기반으로 한 회사가 창업 중이다. 현재 직원은 4명. 수년 뒤 4000명 채용 보고서를 낼 태세이다. 진정한 일자리 만들기는 이렇게 이뤄져야 한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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