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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네 탓 하기 바쁜 국회, 불신 자초… 실력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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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22 20:55:46 수정 : 2018-04-22 20: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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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영 입법조사처장 “국민들이 국회를 불신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는 생산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4월 임시국회가 ‘드루킹 사건’(댓글 조작 사건) 등으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던 지난 19일 국회입법조사처장실. 이내영(60) 입법조사처장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요 민생법안이나 정책 입안이 제때 결정되지 못하고 여야는 상대방 탓만 하고 있다”며 국회가 국민 불신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처장은 정치권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너무 진영논리에만 갇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도 문제이지만 여당의 청와대 ‘거수기’ 행태도 이에 못지않다. 이 처장은 지난 20여년간 고려대 등에서 학생들에게 정치외교학을 가르친 의회정치 전문가이다. 국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20일 뒤인 2016년 12월29일 입법조사처장에 취임했다.

이내영 국회입법조사처장은 19일 국회 내 처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국민 대의기관인 국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민생과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이 처장은 한국정치의 ‘대결·교착의 문화’가 약 15년 전부터 구조화했다고 귀띔했다. 2002년 대선 즈음부터 정당 간 이념적 거리가 커지더니 2004년 진보정당의 원내 진입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으로 정치 양극화가 심화했다. 이 처장은 “적대적 정치 문화는 훨씬 더 구조화했는데 협상과 타협, 상생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정치문화나 리더십은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가 보기엔 ‘국회의 총리 추천 또는 선출’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교착 상태인 국회의 헌법개정 논의는 ‘대결정치’의 나쁜 예다. 이 처장은 “여야의 공방이 누가 더 잘하느냐보다는 누가 더 못하고 나쁘냐에 집중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네 탓만 하는) 정치권이 그동안 대국민 설명과 설득, 정보제공의 의무를 다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대결·교착의 정치’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 조국 민정수석은 지난달 22일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한 개헌을 설명하며 “정국 혼란”, “갈등과 대립”, “피해는 국민의 몫” 등을 언급했다. 이 처장은 “국회의 역할과 책임을 이해하기보다는 야당의 ‘발목잡기’ 측면을 내세웠다”며 “개헌을 위한 국회 무력화 시도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가 이 같은 국민 불신을 딛고 대의기구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처장은 국회가 입법 능력과 전문성을 신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가 국민 신뢰를 회복하려면 제대로 행정부를 감시·견제하고, 다수 국민이 원하는 바를 입법 결과로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처장은 국회가 정책국회, 선진국회로 나아가는 데 입법조사처가 국회 지원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2007년 11월 설립된 입법조사처는 국회 산하 ‘싱크탱크’이다. 입법 및 정책 관련 사항을 조사·연구하고 의원들 의정활동을 지원한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대 국회 때 입법 조사·회답과 보고서 발간, 세미나 개최는 각각 월 711건, 22건, 4.3건이다. 모두 19대 국회의 월 469건, 21건, 3.5건보다 늘었다.

이 처장이 특히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조사처 업무는 입법영향분석과 정부정책분석평가다. 그는 “전자는 발의 전 입법 필요성, 중복 가능성, 부작용 여부를 따져보자는 것이고, 후자는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한 옥석을 가려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국회 전체 예산이 일개 부처 예산에도 못미치는 6000억원”이라며 “장기적으로 국회 예산·인력 확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정치 발전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국민들이 보기엔 정치권이 특권과 구태에 찌든 ‘구악집단’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이 또한 한국 정치·역사·제도의 산물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가 우리 사회의 취약함뿐만 아니라 건강성도 확인한 시기였던 것처럼 한국 정치도 반발짝씩이나마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왔고, 더 나아가기 위해 꾸준히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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