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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접근보단 수혜주 중심 신중한 매매 필요

입력 : 2018-04-23 03:00:00 수정 : 2018-04-22 20: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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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리스크 완화… 투자전략은?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21일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도 중단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주식시장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위험)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물 할인)라는 국내 증시의 저평가 국면도 해소되고 우리 증시가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현재로선 기대감만 충만할 뿐, 구체적인 결과물 도출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재료에 따른 단기성 매매보다는 실적을 내는 기업을 중심으로 한 원칙론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잇따르고 있다.

◆북한 리스크 해소 기대감, 남북경협주 꾸준히 시세 분출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소식과 관련해 “국내 증시에 잠재적으로 설정돼 있던 북한 리스크가 사라지는 것으로 주식시장이 한 차례 도약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 충족하는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한국의 국가 경제나 주식시장에 만성적인 저평가를 불러오던 ‘국가 리스크 프리미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남북 경제협력 재개 기대감 속에 주식시장에서는 남북 경제협력 관련주의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올해 초 남북 간 판문점 연락 채널 재개통 이후 오름세를 이어온 남북 경협주들은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가까워지면서 북핵 위험 완화 상황까지 겹치면서 지난주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토목·건설이나 시멘트, 기계 관련 업종이 ‘북한 개발 테마주’로 거론되며 무더기 신고가와 상한가를 기록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남광토건은 최근 5거래일 동안 76.69%나 급등했다. 개성공단에서 철골 공장을 운영한 토목·건설업체인 남광토건은 지난 19일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등 최근 3거래일 연속 급등해 52주 신고가도 갈아치웠다. 같은 기간 이화공영(84.67%), 특수건설(65.19%), 남화토건(42.86%), 한라(41.36%), 범양건영(32.66%), 현대건설(18.03%) 등도 무더기로 급등세를 펼쳤다.

국내 펀드 순자산도 사상 최대로 올라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8일 기준으로 국내 전체 펀드 순자산은 55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2일 사상 최대치인 544조4000억원 기록한 뒤 감소세를 보인 펀드 순자산은 지난달 중순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오온수 KB증권 연구원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하며 모든 투자자산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면서 “실적 시즌을 앞두고 주요 기업 실적도 나쁘지 않아 주식형 펀드로도 많은 자금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역대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코스피 상승, 회담 후에는 하락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증시의 혼조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코스피도 회담 전에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에 따르면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코스피는 개최 사실 발표일에 한 차례 크게 오르고 회담 전까지 보름여 동안에도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회담이 끝나고 남북 공동선언이 발표되면 지수는 하락세로 반전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남북정상회담 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때는 회담 개최 사실 발표일이다.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발표한 날에는 코스피가 모두 상승했다. 첫 남북정상회담을 발표한 2000년 4월 10일(3.92%)에 가장 가파르게 올랐고 두번째인 2007년 8월 8일(2.34%), 세번째인 올해 3월 6일(1.53%)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코스피는 역대 남북정상회담 시작 전 10거래일(약 2주) 동안에도 공통적으로 오름세였다. 2000년 6월 13∼15일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보름가량 전인 2000년 5월 26일 656.66이던 코스피 종가는 회담 개최 전날인 6월 12일 845.81로 올랐다. 이 10거래일간 지수 상승률은 28.80%에 달했다. 2007년 10월 2∼4일에 열린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 때도 코스피는 회담 전 10거래일인 2007년 9월 13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8.22% 상승했다. 개최 사실 발표 직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등으로 증시 충격이 있었지만 이내 반등해 회담 전까지 오름세가 지속했다.

특히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와 함께 ‘경제건설 집중’ 노선을 표방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큰 현실이다. 하지만 이는 북한의 비핵화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가 풀려야 하는 문제여서 실제로 한국 경제나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부에서는 북한의 개방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일소되고 외국인 자금이 물밀듯 들어와 원화까지 지나친 강세를 나타낼 수 있다고까지 예상하는데, 이는 너무 멀리 내다본 것”이라며 “좋은 소식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동안 북한 리스크가 실제로 한국 증시를 얼마나 내리눌렀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리아디스카운트는 수출에 올인한 우리 산업 구조,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부족한 주주환원 등이 모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남북 대치 문제 자체가 결정적인 할인요소였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만큼 성급하게 접근하지 않도록 주의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건설, 시멘트, 강관, 철도, 비료주 강세 현상 역시 과거 경험칙의 발로로 해석이 가능하나 단기간 내 대규모 남북경제협력 시도가 본격 전개되는 것이 아닌 이상, 해당 종목군의 펀더멘털 측면 본질적 수혜 여지는 미미해 이벤트성 단기 매매가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에 기인한 외국인 현·선물 러브콜 기류 등을 감안할 때 코스피200 내 핵심 대형주군이 유의미하며 수혜주로 기능할 개연성이 높다”며 “뜬구름 잡는 개별 대안보단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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