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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北 “핵, 미사일 시험 중지”…일시 동결일까 비핵화 시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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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21 10:44:37 수정 : 2018-04-21 11: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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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해 11월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 연합뉴스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는 대신 경제건설에 집중한다는 전략적 노선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했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주재 하에 20일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결정서를 채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북한의 이같은 조치는 단계적 비핵화로 가는 첫 걸음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국가핵무력완성에 필요한 역할을 다한 핵실험장 폐쇄와 ICBM 시험발사 중지는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일시적인 동결 수준으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핵·미사일 시험 중단, 지난해 말부터 예견돼

북한의 조치는 지난해 말부터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다. 지난해 11월 ICBM 화성-15 시험발사가 성공한 직후 김 위원장은 ‘국가핵무력완성’을 선언했다.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확보했으므로 핵무력을 완성했다는 의미였다. 국제사회에서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검증되지 않아 ICBM을 완성했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북한은 개의치 않았다.

북한 입장에서는 대기권 재진입 등 기술적 측면보다 “미국 본토까지 미사일을 날려보낼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실제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와 ICBM 화성-14 등을 시험발사할 때 북한은 가능한 멀리 쏘아올리는데 집중했다.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했다는 사실을 입증한 북한으로서는 추가 시험의 필요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현지지도하면서 수소탄을 살펴보고있다. 연합뉴스

핵실험도 마찬가지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핵실험장은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09년 5월 25일, 2013년 2월 12일, 2016년 1월 6일과 9월 9일, 2017년 9월 3일 핵실험이 이뤄진 곳이다. 화강암 암반으로 매우 튼튼하지만 6번이나 핵실험을 감행하다보니 지반이 약해져 지난해부터 지진이 잇따르고 있어 방사능 누출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지금까지 진행된 핵실험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실시하면 핵무기 기술 향상에는 큰 문제가 없다.

“우리 국가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대목은 기존 언급보다 진전된 것이다. 북한은 4차 핵실험이 있었던 2016년 1월과 같은 해 5월 조선노동당 7차 대회에서 “침략적인 적대 세력이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관련 수단과 기술을 이전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에는 ‘자주권’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내세운 점을 들어 선제 핵공격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핵위협과 핵도발’이라는 단어를 통해 선제 핵공격 가능성을 사실상 제거했다. 이는 핵보유국들의 핵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시적 동결에 그칠 가능성도 있어

김 위원장은 위원회에서 “핵개발의 전 공정이 과학적으로, 순차적으로 다 진행되었고 운반 타격 수단들의 개발사업 역시 과학적으로 진행되어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도 필요없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북부 핵시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쳤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2000년대 평안남도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한 것보다 상징적, 실질적 측면에서 의미가 더 크다. 하지만 계속 유지하면 추가 비용 부담과 더불어 국제사회의 압박이 지속될 수 있는 부분(핵실험장 등)만 포기한데다 기존에 개발한 ICBM과 핵무기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이 없었다.

기존에 확보한 ICBM과 핵무기, 핵물질 등에 대한 문제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도 미국과의 담판을 염두에 두고 이 부분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한의 출구전략이 일시적 동결로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한 것은 비핵화를 위한 첫 단계로 볼 수도 있지만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없으면 미봉책에 불과하다. 북한 핵물질과 핵시설 현황 등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등이 이어지지 않으면 북한의 의지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연결돼 비핵화가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연구소를 비롯한 관련 시설과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 연구인력들이 축적한 연구성과를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의 결단만 있으면 핵개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자주 바꾸어왔다는 측면에서 비핵화를 실질적으로 이행할 디테일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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