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야생동물 키워볼까?”…사육 어려워 버리지는 동물들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18-04-21 10:42:59 수정 : 2018-04-25 10:49:2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최근 하늘다람쥐, 라쿤, 미어캣 등 야생동물을 분양하는 사람들 늘어나 / 야생동물은 반려동물법에 적용하지 않아 분양업체 검증하지 않고 인수공통전염병 등 검역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 사육 까다로운 야생동물…결국 유기문제로 이어져 / 동물단체 “인기 야생동물은 반려동물 범주에 넣어야…”
미국 하늘 다람쥐
지난해 10월 김모(48)씨는 한 인터넷 카페를 통해 하늘다람쥐(사진)를 분양받았다. 몸이 아파 집에 홀로 누워 있는 아들을 위해 특별한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기대한 김씨는 하늘다람쥐의 다른 모습에 당황했다. 카페에선 어깨에 하늘다람쥐를 올리며 여유롭게 산책을 하는 영상으로 홍보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야행성인 하늘다람쥐는 밤마다 케이지(새장)를 물어뜯었고 사람을 잘 따르지 않았다. 장시간 갇혀 있다 보니 몸 상태 역시 좋지 않아 보였다.

김씨는 “따로 교육을 해 보낸다고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아플 때도 일부 동물병원밖에 야생동물을 다루지 않아 멀리 업체와 관련한 병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김씨는 동물 교육비 포함 180여만원에 달하는 분양 비용을 환불해 달라고 업체에 요청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받았다.

최근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 대신 이색적인 야생동물을 키우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라쿤, 하늘다람쥐, 미어캣, 도마뱀 등을 분양한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전국에 야생동물 카페까지 등장했다. 반면 호기심에 야생동물을 분양받은 이들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야생동물은 사육법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고 병에 걸렸을 때 치료할 수 있는 동물병원도 거의 없다. 야생동물은 법적 반려동물(개·고양이·토끼·기니피그·햄스터·패럿 등)이 아니라 분양, 검역 등 허점이 많아 관련 규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민간에 의해 분양되는 야생동물

야생동물은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돼 국내로 들어온다. 동·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에 따라 2종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된 동물이나 사람에 위협적인 동물을 제외하면 대부분 야생동물은 수입이 자유롭다. 미국에서 온 하늘다람쥐, 미어캣, 라쿤 등 다양한 동물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일반 야생동물을 수입해 반려동물로 키우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업종에 등록한 업체만 분양할 수 있는 개, 고양이와 달리 야생동물은 법적 반려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민간에서 자유롭게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야생동물의 검역과 위생을 담보할 수 없다. 야생동물은 광견병 등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에 걸릴 확률이 높지만 이에 대한 예방은 철저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야생동물을 판매하는 사이트 게시판에는 ‘전염병이 의심된다’는 문의가 잇따랐다. 이들 업체는 동물 분양, 환불에 대한 규정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서울의 한 번화가에 위치한 야생동물 카페
야생동물 분양이 인터넷을 통해 이뤄져 택배로 동물이 분양되는 점도 문제다. 포유류는 철창에 갇혀, 조류나 작은 동물은 페트병에 담겨 배달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는 동물에게 스트레스나 부상을 야기할 수 있다. 동물보호법에 규정된 반려동물은 택배 배송을 규제하고 있지만 야생동물은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야생동물 분양업체들은 택배 상자에 ‘장난감’ 또는 ‘화장품’이라고 적어 운송업체를 속인 뒤 분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동물과 다른 야생동물… 키우는 법 몰라 버려지기도

호기심에 야생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증가하지만 키우는 방법이나 유의사항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해 인터넷 카페를 통해 미어캣을 분양받은 장모(28)씨는 “귀여운 외모에 끌려 분양받았는데 생각보다 사납고 키우기 어려워 환상이 깨졌다”며 “한 달도 안 돼 다른 사람에게 다시 분양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야생동물을 위한 교육기관이 없고 야생동물병원도 소수”라고 덧붙였다.
왼쪽 위부터 호스필드 육지거북, 사막여우, 프레리도그, 콘 스네이크. 세계일보 자료사진

준비 없는 분양은 야생동물의 유기로 이어진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야생 유기동물 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유기 야생동물 신고 건수는 총 50건에 달했다. 유기된 야생동물 종류도 프레리도그, 이구아나, 콘 스네이크, 너구리 등 다양했다. 개중에는 사막여우 같은 멸종 위기종도 있었다.

동물단체들은 야생동물을 가정에서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이형주 대표는  해외에서도 개인이 반려동물로 사육할 수 있는 종은 정해져있다 야생동물을 누구나 키울 수 있다는 것은 문제 라고 지적했다 .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도 “최근 야생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무분별하게 수입되고 온라인을 통해 분양되는 상황”이라며 “야생동물을 위한 검역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인수공통전염병의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