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통화 예상…"날씨 등 가벼운 대화, '좋은 회담 노력' 같은 이야기 나올 듯"
남측 핫라인은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 북측 핫라인은 국무위원회에 설치됐다. 남북 정상이 수화기만 들면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의미다.
분단 70년 만에 남과 북의 정상이 언제든 소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핫라인 개통의 상징적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남북정상회담은 두 차례 열린 바 있지만, 정상 간 통화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상징적 의미뿐 아니라 정상 간 핫라인은 한반도의 안정적 상황관리를 가능케 하는 실질적 수단으로서의 의미도 가진다.
전쟁이나 군사적 충돌은 상대방에 대한 오인이나 잘못된 인식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상 간 핫라인이 연결돼 있으면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고 우발적 충돌이 벌어졌을 경우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
실제 냉전 시기에도 핫라인은 적대국 간 충돌을 방지하고 위험을 예방하는 수단으로 활용된 신뢰구축 조치 중 하나였다.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남북한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상호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핫라인을 구축한 바 있다.
다만 당시 핫라인은 국가정보원과 북한 통일전선부 사이에 연결돼 정상 간 직접 통화가 가능한 직통 핫라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애초 북한 노동당사에 핫라인이 설치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국무위원회에 통화기가 놓였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금까지 노동당이 국정을 이끌어가는 당 중심 국가를 표방해 왔다. 그런 북한이 노동당사가 아닌 국무위원회에 핫라인을 설치한 것은 정상국가를 지향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상 간 통화에 앞서 양측 보좌진이 먼저 통화 시점과 의제를 사전에 조율한 후 정상 간 통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일과 14일 열린 통신분야 남북 실무회담과 지난달 29일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남북 정상 간 핫라인 통화와 관련한 일종의 합의서가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날 시범통화도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는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북한 국무위원회 관계자 사이에서 이뤄졌다. 앞으로의 핫라인 통화도 보좌진끼리 먼저 사전 조율을 거친 뒤 이뤄질 것임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남북 정상 간 첫 핫라인 통화 시기는 다음 주 열릴 것으로 보이는 2차 고위급 회담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정상 모두 첫 통화인 만큼 무거운 주제로 대화를 나눌 것 같지는 않다"며 "날씨 이야기 같은 가벼운 대화를 나누면서 좋은 회담이 되도록 노력하자는 정도의 이야기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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