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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그날, 그 바다에 대한 기록들

입력 : 2018-04-21 14:00:00 수정 : 2018-04-20 17: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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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감독 김지영)가 지난 4월 12일에 개봉됐다. 오늘은 아직 개봉 초반기이지만, 영화 ‘그날, 바다’와 기록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먼저 ‘그날, 바다’는 여러 흥행 관련 기록을 세우기 시작했다. 4년 전 기획 단계에서는 과연 제대로 개봉은 할 수 있을지를 걱정했지만, 개봉 8일 만에 3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해, 역대 정치시사다큐멘터리 흥행 1위 영화가 됐다.

‘그날, 바다’의 초반 흥행 기록은 483개라는 개봉 스크린을 확보했기에 가능했다. 역시 세월호를 다루었던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감독 이상호, 2014)의 개봉 스크린 20개, 용상참사를 다루었던 ‘두개의 문’(감독 김일란, 홍지유, 2012)의 개봉 스크린 16개과는 매우 큰 차이가 난다.

이런 개봉관 수 변화는 2017년부터 감지됐다. 비록 상영 횟수까지 충분히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공영방송 문제를 다루었던 ‘공범자들’(감독 최승호)이 185개 스크린에서 개봉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다루었던 ‘저수지 게임’(감독 최진성)은 257개 스크린에서 개봉됐다. 그리고 2018년 ‘그날, 바다’는 더 많은 스크린에서 개봉됐다.

개봉 스크린 수 증가의 가장 1차원적 이유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같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스크린을 내줬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시사다큐멘터리 영화를 포함해 작은 영화들에게 영화의 완성도, 대중성, 관객들의 관심 등을 언급하며 매우 인색하게 스크린을 제공했던 멀티플렉스가 변했다. 아마도 정치적 상황 변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 ‘그날, 바다’가 담아내고 있는 내용도 그렇다. 직접적으로는 ‘세월호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침몰했을까?’를 과학적으로 밝혀내려 애쓰지만, 결국 정치적인 의문을 남기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가 공개한 세월호 침몰 관련 기록들은 세월호의 침몰 과정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 영화 초반에 밝혀지면서, ‘누가 왜?’, ‘구조는 왜?’를 묻기 전에 먼저 기본적인 팩트 체크가 필요했다. 거기에만 꼬박 3년이 넘게 걸렸고, 그 여정에 대한 기록이 바로 이 영화다. 

영화 내내 낯선 용어들과 항적 기록들이 등장한다. 관제센터, 해군 등이 제공한 각기 다른 암호 같은 항적, 레이더 데이터들은 친절한 설명과 함께 해독되고, 오류가 분석되며, CG로 영상화가 된다.

거기에 세월호 선내 CCTV 영상, 배에 실려 있던 차량들의 블랙박스 영상, 승객들이 촬영한 스마트폰 영상, 당시 언론사 촬영 영상 등 그날 바다에 있던 수많은 카메라들이 기록한 영상들이 함께 세월호의 마지막 침몰 순간을 증명한다. 생존자들의 인터뷰 영상과 함께.

영화 ‘그날, 바다’는 이렇게 과학 다큐멘터리 영화의 모양새지만, 결국 ‘누가 왜?’, ‘구조는 왜?’, ’데이터 조작은 왜?’ 등의 의문을 갖게 한다. 지난 4년 동안 밝혀진 것이 없어도 너무 없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되어 은폐되거나 숨겨진 기록이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공개되길 바란다. 영화 속 유가족의 얘기처럼 희생자들이 살아 돌아오지는 못하겠지만, 도대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아야하지 않겠는가?

일단 그 기본적 기록과 상황 파악을 위해서 영화 ‘그날, 바다’는 관람할 필요가 있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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