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드루킹 무시→협박→검증 자처…꼬이는 김경수 해명

입력 : 2018-04-20 18:42:54 수정 : 2018-04-20 22:58:1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일방적 아닌 ‘서로 문자’ 드러나 / 金, URL 보낸 후 홍보부탁 문자 / 드루킹 댓글활동 인지 가능성 커 / 업무방해 혐의 공범 단서 될 수도 / 金·드루킹 의혹 부인… “선플운동” / 警, 다른 메신저 ‘시그널’ 사용 주목 / IS조차 “보완성 현존 최고” 평가 / 비밀대화 나올 땐 국면 바뀔 수도 더불어민주당 전 당원 김모(49·필명 ‘드루킹’)씨의 댓글조작 사건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김씨가 김경수 민주당 의원에게 텔레그램 문자를 보낸 것뿐만 아니라 김 의원이 김씨에게 문자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대선 전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관련 기사를 비롯해 기사 10건의 인터넷주소(URL)를 보내기까지 했다. 상호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어서 망상주의자의 일방적인 문자공세로 치부할 수 없게 됐다.

노무현 묘역 참배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왼쪽)와 부인 김정순씨가 20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있다. 김 후보는 방명록에 ‘대통령님과 함께 세웠던 사람 사는 세상의 꿈, 경남에서 반드시 이루겠다’고 적었다.
김해=뉴시스
◆“홍보해주세요”, “처리하겠습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2016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김 의원이 김씨에게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보낸 메시지는 총 14개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은 URL을 첨부해 김씨에게 보내며 “홍보해주세요”라고 요청했다. 요청을 받은 김씨는 김 의원에게 “처리하겠습니다”란 답장을 보냈다. 특정 기사 한 건이 아니라 내용이 다른 두 개의 기사와 관련해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나눈 말이다.

이로써 김씨가 인터넷 댓글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김 의원이 알았을 개연성이 높아졌다. 김씨가 김 의원 부탁 등으로 인터넷상에서 어떤 활동을 수행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김씨가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된 만큼 김 의원이 ‘공범’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의원과 김씨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김 의원이 당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이 선플(긍정적 댓글) 달기 운동을 하고 있었고, 김 의원이 우리가 선플 달기 운동을 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기사 URL을 담은 메시지를 전송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처리하겠다’는 답변도 선플 달기 운동의 일환이었다는 주장이다.

개인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표현으로만 봐야 할지가 관건이다. 경찰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동원해 댓글 조작을 한 것은 정상적인 정치활동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경찰이 김 의원과 보좌관을 소환조사한다면 댓글 조작을 알았는지, 지시 또는 보고가 있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확실한 ‘스모킹 건’ 없어

다만 아직은 김 의원의 공모 여부를 따져볼 만한 ‘스모킹 건’이 경찰 손에 쥐어지지 않은 듯하다. 김 의원과 김씨의 연관성을 확인하려면 돈을 제공했다든지 하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홍보해주세요”, “처리하겠다” 등의 말은 정치인과 지지자들 사이에 흔히 나눌 수 있는 대화다. 두 사람 간의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에서도 현재로선 발견된 게 없다. 지지자가 자발적으로 댓글을 다는 ‘선플 운동’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경찰은 김씨의 휴대전화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김씨와 김 의원이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말고 ‘시그널’이란 또 다른 메신저를 이용해 대화한 사실을 밝혀내고 그 내용을 확인하는 중이다. 현재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는 올해 3월 중에 보낸 것밖에 없지만, 보는 즉시 삭제되는 다른 비밀대화방이 존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시그널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전 세계를 도청 및 감시하고 있다고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보안성을 칭찬하며 유명해진 메신저다.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조차 현재 통용되는 각종 메신저들의 보안등급을 매기는 과정에서 ‘가장 안전한 메신저’라는 평가를 내렸을 정도다. 만약 시그널 대화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제까지 공개되지 않은 둘만의 은밀한 대화가 나올 경우 파국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질 전망이다.

경찰은 매크로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가 김 의원에게 보냈지만 읽지 않은 3000여개의 URL 중 조작이 의심되는 기사 6건을 상대로 네이버에 분석을 의뢰해 지난 19일 오후 매크로 사용이 추정된다는 회신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1월17일 사용된 아이디 614개 가운데 205개가 이들 6건의 기사 댓글에 쓰였다”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