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문제는 남편인 홍일표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최근 금융감독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김기식 전 의원이 관련된 점이다. 장 국장은 “김 전 의원의 행동이 귀 기관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면, 남편이 대화로 중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김 전 의원과 그의 보좌관 출신 홍 행정관이 연구소 예산지원 중단을 밀어붙이는 것을 알고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암시를 준 것이다. 이에 대해 USKI 관계자는 “방문연구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홍 행정관과 장 국장에 대한 의혹이 지난주 처음 불거졌을 때 청와대는 이들을 두둔하기에 바빴다. 청와대 관계자는 “행정관에 불과한 그가 주미대사도 움직이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움직이고 청와대 정책실장도 움직이고 다 움직이는 꼴이 되고 만다”며 “행정고시 출신 부인이 국장으로 승진하면서 정당하게 국가 비용으로 연수를 간 것”이라고 발뺌했다. 장 국장의 이메일만 보더라도 청와대는 판단력을 상실한 것으로 비쳐진다.
청와대와 감사원은 처음 의혹이 제기됐을 때 실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봤더라면 이런 망신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감사원 감찰만으로도 금세 진상이 드러날 사안이었다. 참여연대 출신 홍 행정관이 ‘실세 행정관’으로 불리면서 호가호위한다는 세평이 파다했다. 그가 압력을 넣었던 연구소에 감사원 소속 아내가 국비로 연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원은 자기 검증 차원에서 살펴봤어야 했다.
감사원은 타 기관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혹독하게 조사하고, 자기 식구 문제에 대해서는 관용을 보이려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장 국장은 지난해 감사원 개원 68년 만에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고위 감사공무원으로 승진해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이제 남편의 힘과 자신이 일하는 조직의 권위까지 사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철저하게 조사한 뒤 의혹이 확인되면 검찰 수사에 넘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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