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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근의인문상식] 선택과 조작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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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20 23:26:30 수정 : 2018-04-20 23: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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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진실 왜곡 가능성 드러나 / 다른 사람 평가, 안전장치로 생각 지금은 인터넷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게 됐다. 정보 검색과 취미 활동은 기본이고, 상품 구매와 신생 사업의 경제 활동까지 인터넷 공간을 빌리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게 됐다. 특히 인터넷은 민주주의의 신장과 관련해서 정치적 주목을 받았다. 현대 국가는 민주주의의 정치 원리로 채택하고 있지만 현실적 여건 때문에 대부분 간접 민주주의의 형태에 머무르고 있다. 인터넷의 공간은 현실 세계의 한계를 뛰어넘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결집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했다. 이로 인해 인터넷 공간은 이상으로 간주했지만 현실에서 어렵다고 여겨온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할 희망으로 부상하게 됐다. 인터넷과 민주주의가 상생할 수 있는 세상을 특화시켜서 전자 민주주의의 시대가 활짝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오늘날 인터넷 공간은 기대했던 대로 시민·정부·언론·기업 간의 소통을 활성화시켜 직접 민주주의를 신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인터넷 공간은 긍정적 기능만을 수행하는 순수한 세계로만 바라볼 수 없다. 특히 전 정부와 현 정부가 모두 댓글 조작의 혐의를 받고 있는 점에서 인터넷 공간은 여론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어가 심지어 진실을 왜곡할 수 있는 영역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인터넷 공간의 정치적 위험성과 폐해를 부각시켜서 지나친 규제를 법제화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결국 사람이 인터넷을 활용해 성공의 신화를 기획했으므로 먼저 우리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 동양철학

인터넷의 성공 신화는 정치적 선택만이 아니라 항공권, 숙소, 음식점 여행 상품, 화장품, 의류 물품 구매에 이르는 등 경제적 선택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여행 갈 곳을 정하면 숙소와 음식점을 예약하면 편리하다. 여행지에 도착해서 시행착오를 겪느니 미리 예약하면 편하게 여행을 더 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행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면 인터넷 공간을 활용해 이전의 평가를 검토하게 된다. 이때 우리가 ‘좋아요’를 비롯한 상품 평가가 이미 좋게 나온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선택해야 할 때 어떻게 할까. 여기서 실패의 위험을 줄이려면 다른 사람의 평가를 신뢰하는 쪽을 선택하기 쉽다. 바로 이러한 선택의 수순과 결과 때문에 경제와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실 부풀리기의 유혹을 느낄 수 있다.

선거에서 이기고 영업에서 경쟁 업체를 누르고 싶은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게 된다. 이때 인터넷의 사실 부풀리기는 현실에서 직접적으로 가하는 행위보다 심리적 저항이 덜하다.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고 상대를 말로 공격하거나 물리적 힘을 사용할 경우 그에 따른 유·무형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이와 달리 ‘좋아요’처럼 추천 숫자를 높게 하거나 댓글로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 상대에게 피해를 준다는 의식을 상대적으로 덜하게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경쟁 상대도 자신과 비슷한 조작을 하고 있다고 주관적으로 확신하게 되면 조작의 산업화가 구상될 수 있다. 즉 추천의 조작으로 경쟁에서 승리를 할 수 있다고 믿고 그대로 실행에 옮기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노골적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사실 부풀리기가 명백하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아울러 사실 부풀리기를 하면 불리한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고 맹신하는 성공 신화를 성찰해야 한다. 결국 우리는 자신이 직접 하는 평가보다는 이전 사람들의 호오(好惡) 경험을 더 신뢰해 묻어가려고 하고, 기회가 있으면 실패의 가능성을 수용하지 않으려고 하며, 최선의 선택을 위해 직접 조사하고 비교해 결단을 내리는 과정을 귀찮아해 피하고 싶어 한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선택의 자유가 주는 실패의 쓴맛에 낯설고 성공의 단맛에 익숙해 다른 사람의 평가를 안전장치로 삼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 경향이 줄어들지 않는 한 사실 부풀리기의 성공 사례를 신화로 각색하려는 시도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개인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실패와 재기의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선택을 한다면 조작적 사고의 시도가 줄어들 것이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 동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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