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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이 부른 ‘갑질’… 공든 탑이 무너진다

입력 : 2018-04-20 22:06:05 수정 : 2018-04-20 22: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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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쌓아올린 ‘성공’이 ‘오만’으로 / 역사 속 유명 인물 여러 사례 통해 / 어떻게 바닥으로 추락했는지 살펴 / 우리 사회 재벌 자녀들 ‘갑질’ 파장 / 어느 때보다 ‘겸손의 기술’ 필요한 때
아리 투루넨 지음/최성욱 옮김/아름다운날 출판사/1만4000원
더 나은 사람들의 역사 - 갑질사회 흥망사 / 아리 투루넨 지음/최성욱 옮김/아름다운날 출판사/1만4000원

재산이나 권력에서 우월하다고 느끼는 이들은 타인의 비판을 참지 못한다.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느끼지도 못한다.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부인한다. 그래서 오만한 태도로 군림하거나 죄의식 없이 ‘갑질’을 자행한다.

핀란드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아리 투루넨은 이 책에서 오만함의 유형을 몇 개로 나누고 그것에 맞는 사례를 가져온다. 잘 알려지지 않은 유명 인물의 흑역사가 수두룩하다. 자신을 천자라 과신한 진시황은 분서갱유와 학자들을 생매장했다. 마오쩌둥은 국가를 위해서라면 중국 인민의 반쯤 죽어도 된다고 했다. 나폴레옹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백만명의 프랑스군을 죽이겠다고 했고 실제 그렇게 했다. 공포정치의 달인 스탈린은 “한 명이 죽으면 비극이지만 수백만이 죽으면 통계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다. 정복자 알렉산더 대왕은 이집트를 정복한 이후 자신을 신의 아들이라 부르게 했다. 
저자는 “재산과 권력에서 우월하다고 느끼는 인사들은 자신이 사회에서 물의를 빚는 갑질을 해도, (자신의) 실수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한다. 비틀스의 존 레넌, 머라이어 캐리.
세계일보 자료사진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의 존 레넌은 갑질 연예인으로 욕을 먹었다. 엄청난 성공에 도취한 나머지 자신의 능력을 기독교의 신과 비교하는 거만함을 보였다. 이로 인해 살해 위협을 당하기도 했다. 이렇게 성공한 사람이 오만(거만)함에 빠져드는 증상을 ‘성공병’이라 했다.

천재적인 팝가수라는 머라이어 캐리는 공연 시 전용 화장실을 요구하고, 비치할 화장지 색깔까지 계약서에 명기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연예인의 거만함은 세계평화를 위협하지 않지만, 나폴레옹과 같은 권력자가 거만해지면 세계는 위험해진다. 재벌의 아들 딸이 거만해지면서 사회가 혼탁할지라도, 대통령이 오만해지면 나라가 위험해진다.

영국의 존 왕은 어리석고 거만한 행동 때문에 신하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이로 인해 영국 헌법의 토대가 되는 ‘대헌장’을 만들게 하고, 이를 계기로 영국에서 처음 의회가 탄생했다.

저자는 “갑질은 현대에 들어 더욱 격심해졌다”고 지적한다. “전쟁과 사회계급은 예외 없이 과도한 자기중심주의의 결과물이다. 자유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서로 격심한 경쟁관계에 있게 된다. 시장경제는 이를 위해 만들어진 체제이다. 현대 사회에서 자유주의와 방종은 동의어이다.”

하지만 현대의 모든 사회가 그런 것은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나 파푸아뉴기니에 사는 원주민들은 자기중심적 사유를 하지 않기에, 동물이나 자연과 평화롭게 공존하며 살아간다. 그들은 경쟁은 모른다. 저자는 “경쟁에 기초한 존재방식으로 인해 인류는 공동체감을 상실하고 개인주의라는 바다에 빠져죽는다”고 했다. 국가와 개인의 경쟁력은 21세기의 주문(Mantra)이 되어버렸다. 인간은 이미 어린 시절부터 삶이란 생존투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 결과 자기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 거만하게 대하며, 자기보다 돈이 많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는 질투와 시기를 한다. 재벌급이나 고위직의 부모를 둔 자녀들 역시 부모의 사고방식 가운데서 성장한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얘기가 새롭게 들리는 이유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는 ‘겸손의 기술’을 제시한다. 저자는 결론에서 “고대 그리스의 학풍과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는 겸손한 태도에서 꽃필 수 있었다”고 소개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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