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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훔치기'는 새발의 피…승부세계의 넘쳐나는 조조들

입력 : 2018-04-21 08:00:00 수정 : 2018-04-20 16: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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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농구 경기 도중 볼을 뺏는 척 하며넛 상대방 눈을  찌르고 있다. 승패를 가려야 하는 스포츠 세계에선 이처럼 눈에 띄게 혹은 안 보이게 상대를 괴롭히는 일 등이 비일비재하다. 

최근 프로야구 LG트윈스가 상대(KIA 타이거즈) 배터리 사인을 훔쳐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LG트윈스 "주자의 도루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전달한 내용이다"며 사과했지만 이는 엄격히 금지된 비신사적 행위다.

승패를 놓고 다투는 스포츠 경기에선 비신사적 행위가 비일비재했다. 승리로 경기를 끝내기 위해, 상대 기분을 망치기 위해, 심지어 재미삼아 하는 경우까지 있다.

▲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단신, 최단명 선수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단신(109cm) 선수인 에디 가이델의 모습.  스트라이크존을 찾을 수 없었던 상대투수는 스트레이트 볼 넷을 허용할 수 밖에 없었다.

1869년 출범한 메이저리그 152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일 중 하나가 '사상 최단신, 최단명, 최소연봉 선수' 에디 가이델 사건이다.

1951년 8월 18일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현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홈경기 1회말 2번타자로 신인 에디 가이델(당시 26세)를 내 보냈다.

상대투수 봅 케인은 가이델에 얼어버려(?) 스트레이트 볼 넷을 허용했다.

그도 그럴 것이 등번호 1/8을 단 가이델의 키가 109cm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43m짜리 배트를 들고 잔뜩 움츠린 가이델을 상대로 봅 케인은 스트라이크 존(상체 중간부터 무릎사이 가상의 공간)을 찾지 못했다. 설사 있어봤자 볼 하나 높이 될까 말까. 

에디 가이델은 1루로 걸어나간 뒤 대 주자 짐 델싱과 교체돼 나오면서 홈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가이델이 메이저리거로 뛴 순간은 2분여에 불과했다.

볼넷으로 걸어 나간 뒤 대주자와 교체된 에디 가이델이 기립박수를 보내는 홈팬들에게 모자를 벗어 인사하고 있다. 단 2분간 메이저리거로 활동한 뒤 은퇴했다.

디트로이트는 '부정선수'라며 거세게 항의했지만 '연봉 100달러'에 정식계약한 선수였기에 화만내고 돌아서야 했다.

에디 가이델은 브라운스 구단주 빌 빅이 흥행요소 제공과 아메리칸리그 창단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짜낸 이벤트였다. 

발육장애로 앓고 있던 에디 가이델에게 빅 구단주는 "절대 배트를 휘두르지 말라"는 엄명과 부상을 염려하는 그를 위해 100만달러짜기 보험을 들어줬다.

아메리칸 리그는 에디 가이델의 선수자격을 박탈했으며 메이저리그는 이처럼 상식에서 확연히 벗어난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각 구단들도 이에 동의했다.

▲ 동생은 형 대신 군에 가고, 형은 고등학교 1학년 선수로 뛰고

우리나라도 1970년대까지 학생 스포츠에서 나이를 속이는 경우가 많았다. 청소년기에 한살차이는, 체격과 체력 등에서 대단하기 때문이다.

한두살 속이는 것이 아니라 6살이상까지 속여서 문제가 됐다.

1970년대 이름만 되면 알만한 축구 국가대표선수의 경우 형과 동생이 호적을 바꿨다(정확히 말하면 형이 동생으로 처신했다).

형으로 살아간 동생은 10대 중반에 입대 영장이 나오는 바람에 군에 가야 했지만 형은 굵은 뼈마디로 학생축구판을 휘어 잡았다.

미국 초등학교 농구대회에서 활약 중인 188cm의 11살짜리 센터. 어른이 아이들 경기에 끼어든 것처럼 보인다.  

1980년대 청소년축구선수로 나름 유명했던 모 선수는 청소년대회가 끝난 얼마 뒤 은퇴했다. 이유는 부상 등으로 알려졌지만 나이가 들어 그만뒀다는 것이 정설이다.

▲ 사인 훔치기, 입술 읽기, 팔뚝 읽기 등

경기 도중 투수코치, 포수와 이야기를 나눌 때 투수들은 흔히 글러브로 자신의 입을 숨긴다. 혹시나 작전이 들통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책이다. 연합뉴스

야구의 경우 상대 사인을 훔쳐 벤치에 전달하지 못한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이뤄지곤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입술 읽기(독순술)을 통해 투수와 포수가 나누는 대화를 파악, 슬그머니 전달하거나 대충 눈치챈다. 이를 막기 위해 야구선수들은 대화를 나눌 때 글러브로 입을 가린다.

투수가 던질 구질을 미리 알고 타석에 서면 엄청 유리하다. 상대 투수 구질을 파악하는 법 중 하나가 팔뚝 근육 읽기다. 공을 쥐는 그립에 따라 근육 움직임이 조금 달라지고 이를 캐치, 구종을 전달하곤 했다. 특히 세기에 능한 일본야구판에서 종종 있었고 이를 역이용 하는 투수까지 생겨났다. 

▲ 모욕주기, 꼬집기, 침뱉기, 눈찌르기

2006년 독일 월드컵 결승에서 자신의 누이를 비하하는 발언을 한 이탈리아 수비수 마테라치의 가슴을 박치기해 넘어뜨리고 있는  프랑스 대표팀 핵 지네딘 지단. 지단의 퇴장으로 프랑스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우승을 이탈리아에 넘겨 줬다.  

일대일 몸싸움이 많은 스포츠일수록 비신사적 행위가 넘쳐난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상대 심기를 건드리는 것으로 욕을 하거나, 모욕적인 말을 하거나, 싫어하는 용어를 툭 내뱉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06월드컵 결승서 프랑스 대표팀 간판스타 지네딘 지단의 박치기 퇴장사건이다.

이탈리아 대표팀 수비수 마테라치는 지단 옷자락을 끌어당기며 끈질기게 따라 다녔다.

신경이 그슬린 지단이 "내 옷이 탐나"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자 마테라치는 능글맞게 "(옷보다는)네 누이가~"고 툭 내 뱉었다.

격분한 지단은 마테라치 가슴에 박치기해 레드카드를, 마테라치와 그의 팀 동료들은 월드컵 우승트로피를 받았다.

아르헨니타 대표팀 간판스타 리오넬 메시를 막기 위해 상대 수비수가 급소를 잡아 당기는 반칙까지 사용하고 있다.

농구, 축구 등에서 꼬집기는 양반이다. 심판 몰래 상대 얼굴에 침을 뺕기도 하고 심한 경우 급소를 붙잡아 당황시킨다. 

또 볼을 가로채는 척하면서 상대 눈을 찔러 넋을 빼놓기도 한다.

▲ 눈 딱감고 태클하기, 딴청 부리는 척 다른말로 신경 뺏기 등 등

스위스 프로축구 경기에서 나온 아주 위험한 비신사적인 태클. 예전엔 일부 수비수들은 상대 공격수 기를 꺾어 놓기 위해 이러한 태클을 종종 시도하곤 했다.

오래전 내로라하는 축구대표팀 수비수로부터 들은 말이다. 그는 상대 기죽이기 가장 좋은 방법은 "눈 딱 감고 통태클(공이 아닌 상대 허벅지를 보고 태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하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태클에 대해 판정이 지금처럼 엄격하지 않았던 시절의 말이지만 효과는 엄청났다. 한번 당한 상대방은 이 선수만 보면 꽁무니를 빼거나 공을 빨리 차 버렸다.

반대로 통태클을 시도하는 상대가 있을 경우 피하는 척하면서 태클을 건 선수 다리위에 걸터 앉는 것으로 되치기하는 선수도 있었다. 이후 상황은 앞의 경우와 정반대가 된다.

야구의 경우 베이스를 중심으로 수비와 주자사이에 많은 신경전이 벌어진다. 노련한 수비수가 혼자말인 것처럼 "바지 뒤가 터졌네"를 중얼거린다. 경험이 적은 주자는 진짜 그런가 싶어 움찔하는 순간 견제구에 걸려 비명횡사한 예가 있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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