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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코트의 '반대자' 떠오른 조희대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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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20 10:08:47 수정 : 2018-04-20 10: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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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재상고심은 대법관 만장일치가 아니고 11대2로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유죄 선고가 내려졌다.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 취지 반대의견을 낸 2명의 대법관 중 조희대(61·사진) 대법관이 특히 눈길을 끈다. 과거 이용훈·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에는 김영란 대법관 등 이른바 ‘독수리 5남매’가 소수의견을 주도했다면 현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선 조 대법관이 ‘미스터 쓴소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원세훈 선거법 위반 증거 불충분" 소수의견

20일 대법원에 따르면 전날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국정원법 및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 재상고심에서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2013년 시작한 국정원 댓글 사건은 지난 5년 동안 1심, 항소심, 상고심, 파기환송심, 재상고심 무려 5번의 재판 끝에 사법적 판단이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들이 지위를 이용해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활동을 집단적으로 했다”고 밝혀 원 전 원장의 부당한 대선 개입을 인정했다. 하지만 조 대법관과 김창석 대법관 2명은 “원 전 원장과 이 전 차장의 경우 국정원 직원들과 선거운동을 공모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선거법 위반행위로 인정되는 댓글 활동 규모도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 개입으로 보기 미미한 수준”이라고 반대의견을 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가 출범한 이래 대법관 전원이 심리에 참여해 다수결로 판결을 선고하는 전원합의체 운영이 활성화하고 있다. 그런데 김 대법원장이 직접 재판장을 맡은 전원합의체 사건에서 유독 조 대법관이 소수의견을 많이 내 법조계의 이목이 그에게 쏠린다.

◆조현아 땅콩회항 땐 "더 강력한 처벌" 주장도

대표적 사안이 지난달 22일 국방부 불온서적 사건이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8년 국방부가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도서 23종을 불온서적으로 규정해 군내 반입을 금지한 조치가 사건의 발단이 됐다. “국방부 조치는 헌법상 학문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낸 육군법무관들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자 이에 불복해 징계 무효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법원에 낸 것이다.

1·2심은 징계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결했으나 상고심은 달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9대4 의견으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당시 조 대법관은 고영한··박상옥·이기택 대법관과 함께 낸 반대의견에서 “향후 군인들이 불순한 의도의 집단행위를 해도 제재가 어려워져 군기 문란을 초래하고 국가안전보장에 위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21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도 조 대법관의 ‘반골’ 기질을 보여준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미국 뉴욕의 공항을 이륙하려던 대한항공 여객기를 되돌리도록 지시하는 등 정상적 운항을 방해한 혐의(항공보안법 위반)로 구속기소됐다. 기내 땅콩 서비스를 문제 삼아 승무원 등에게 시비를 걸고 비행기를 회항시켰다는 이유에서 ‘땅콩회항’이란 이름이 붙었다.

쟁점은 이륙 전 비행기를 활주로에서 탑승구로 돌아오게 한 행위가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한 행위’인지 아닌지 여부였다. 항공기가 다니는 길, 이른바 ‘항로’에 지상 활주로가 포함되는지가 핵심이었던 셈이다. 1심은 ‘활주로=항로’라고 판단해 징역형 실형을 선고한 반면 2심은 하늘길만 항로에 포함된다고 봐 집행유예로 감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10대3 의견으로 ‘하늘길만 항로에 포함된다’는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조 대법관은 박보영·박상옥 대법관과 함께 낸 반대의견에서 “항공기는 배와 달리 이륙 전과 착륙 후에는 당연히 지상을 다닐 수밖에 없다”며 “항공기가 다니는 길이면 지상과 공중을 불문하고 모두 항로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삼성 사건 상고심 주심 맡아 처리방향 '주목'

조 대법관은 이런 소수의견들 말고도 현재 담당하고 있는 중대 사건 때문에 대법원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대법관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수백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지난해 박영수 특별검사에 의해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 상고심 주심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1심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 등 현안과 묵시적 청탁의 존재를 모두 사실로 인정해 징역 5년 실형을 선고한 반면 2심은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이 없었고 어떤 형태의 청탁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통상 1·2심에서 엇갈린 결론이 나온 사건은 대법관 전원이 심리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되곤 한다. 삼성 사건은 대통령이라는 국가 최고지도자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대기업이 나란히 연루된 중대 사안인 만큼 당연히 전원합의체가 심리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조 대법관은 경북 경주가 고향이다. 서울대 법대를 거쳐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13기)을 거쳐 1986년 서울형사지법(현 서울중앙지법)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3월 대구지법원장으로 근무하다 대법관에 발탁됐다. 평소 온화하고 소탈한 성품으로 동료 및 후배 판사는 물론 법원 직원들과도 잘 어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조 대법관에 대해 “재판을 엄정하고 공정하게 진행한다”며 “특히 당사자 주장을 경청해 억울함이 없도록 배려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벌써부터 호사가들 사이에선 “전원합의체에서 김 대법원장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여럿 낸 조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삼성 사건 상고심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기대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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