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지키지 않아 미이행 부담금을 내게 된 한 사업주의 볼멘소리에 한 전문가는 이러한 일침을 놓았다. ‘일자리가 가장 큰 복지’라는 말은 장애인에게도 해당된다. 일할 기회가 박탈된 채 정부 지원에만 의존해서는 건강한 삶을 누리기 어렵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는 장애인에게 특별한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사회 편견 등으로 인해 빼앗긴 권리를 조금이나마 보장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상시고용자가 많아 이행 여력이 큰 대기업일수록 장애인 고용률이 떨어지는 등 우리 사회의 실천 수준은 미흡한 상태다. 정부는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 기업 규모가 클수록 장애인 의무고용 미이행 시 내야 하는 부담금을 늘리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19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제5차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기본계획(2018∼2022)’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 대기업에 장애인 고용 미이행 부담금을 더 높게 책정하는 ‘기업규모별 부담금 차등제’가 도입된다. 지난해 기준 공공사업장의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은 3.2%, 민간기업은 2.9%였다. 하지만 전체 기업의 장애인 채용비율은 2.73%로 기준보다 미흡했다. 10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의 의무고용비율(2.24%)은 최저 수준으로 소규모 사업장보다도 낮았다. 현재 장애인 고용부담금 기초액은 최저임금의 60%인 약 94만5000원으로 300인 이상 기업의 월평균 임금이 498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정부는 대기업의 의무고용 이행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 규모별로 부담금 기초액을 다르게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의무고용 이행비율이 낮은 기업이 부담금을 더 많이 내도록 미이행 수준별 부담금 가산율을 최대 50%까지 올리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장애인 고용 부담금은 상시근로자 100명 이상의 국가·자치단체(비공무원)와 공공기관, 민간기업이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못했을 때 부과된다.
직접 고용이 여의치 않은 기업이 제도를 우회적으로 준수할 수 있는 방안도 확대한다. 기업이 장애인 다수 고용 사업장과 용역을 체결하는 경우 장애인 고용에 기여한 것으로 간주해주는 ‘연계 고용 제도’를 이용했을 때 깎아주는 부담금 한도를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이행 독려 절차를 추가하는 등 채찍질도 강화한다. 내년부터는 장애인 법정 의무고용률의 절반에 못 미치는 기업에 고용개선계획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고용개선계획을 이행하지 않으면 공공 입찰 때 불이익을 줄 계획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그동안 대기업은 장애인을 직접 고용하기보다 돈을 내고 회피해 왔다”며 “이번 대책에서는 부담을 높여 대기업이 제도를 준수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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