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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SR 없애려는 정부, 노조만 보이고 시민 편의 안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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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20 00:45:13 수정 : 2018-04-20 00: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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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 산업구조 평가’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어제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용역은 어떤 방향을 정해놓고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며 “출범 1년이 지난 SR(수서고속철인 SRT 운영사) 경영성과를 살펴보고 코레일(KTX 운영사)과 SR의 통합에 따른 득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바람직한 철도산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공정하고 정밀한 평가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철도산업 구조의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배경 설명도 나온다.

국토부 설명은 명쾌하지 않지만 용역 발주의 의도는 명확하다. 문재인정부의 의중과 코레일, 철도노조의 요구에 부응해 SR를 없애고 코레일 독점 체제로 가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공언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때부터 통합 검토를 시사했다. 지난 2월 낙하산 논란 속에 취임한 오영식 코레일 사장 또한 취임사에서 통합을 말했다. 용역 발주는 결국 방향이 정해진 요식절차인 것이다. 속내가 다 들여다보이는데도 ‘공공성 강화’로 치장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국토부의 용역 발주는 즉각 취소돼야 마땅하다. 그 무엇보다 시기적으로 너무 이르다. 수년간의 격론과 진통 끝에 어렵게 도입된 KTX·SRT 경쟁체제는 1년을 갓 넘긴 신생 체제다. 더욱이 이 경쟁체제는 눈에 보이는 성과도 내고 있다. 가격인하 경쟁이 시작됐고, 마일리지 제도가 도입됐다. 객실 서비스 개선 등의 효과도 뚜렷하다. 가격인하 경쟁은 철도 이용자들의 운임 부담을 지난해에만 700억원 이상 줄여줬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체제를 왜 서둘러 흔들어야 하는가.

정부가 급히 손을 댈 쪽은 오히려 코레일이다. 코레일은 부채 14조원, 부채비율 300% 이상인 비만 조직이다. 오 사장은 그런 조직에서 불법 파업 노조원을 복직시키는 등 포퓰리즘 경영을 일삼고 있다. 그런 조직에 벌을 주기는커녕 상을 주자는 것인가. 통합 발상이 어찌 나오는지 알 길이 없다. 정말 화급한 것은 SR 제거가 아니라 코레일의 경영 합리화다. 길이 뻔한데 왜 역주행을 하려 하는가. 정부 눈에는 철도노조만 보이고 시민의 편의, 철도 활성화는 안 보이는 것인지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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