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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두 물줄기가 만나는 곳’이다. 한자로는 양수(兩水)다.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 북한강과 남한강은 그곳에서 만난다. 양수리 바로 건너에는 능내(陵內)가 있다.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능은 수양대군이 일으킨 계유정란 때 일등공신인 한확의 묘를 이르는 말이다.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의 생가와 묘소는 능 동남쪽 900m 지점에 있다.

다산 생가 앞 돌에 새긴 글. “수령이 백성을 위해 있는가, 백성이 수령을 위해 있는가. 백성이 곡식과 옷감을 바쳐 수령을 섬기고, 수레 말 하인을 내어 수령을 맞고 떠나보내며, 또 기름과 피와 진액과 골수를 다 없애 수령을 살찌우니, 백성이 수령을 위해 생겨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수령이 백성을 위해 있는 것이다.”

여유당전서 ‘원목(原牧)’에 나오는 글이라고 한다. ‘목민심서’를 관통하는 정신이다.

순조 1년, 1801년. 다산이 40세이던 해다. 황사영 백서사건에 연루돼 유배길에 오른 다산은 그해 음력 11월 초 동작나루를 건넜다. 이런 시를 남겼다. “동작나루 서쪽 갈고리 같은 달/ 놀란 기러기 한 쌍 모래섬을 넘누나/ 눈 덮인 갈대숲 오늘밤 함께 자지만/ 내일이면 머리 돌려 따로 날아가리.” 두물머리에서 태어나 뿔뿔이 흩어지는 가족을 그리는 애틋한 마음이 묻어난다.

다산 신도시. 정약용의 호를 딴 남양주의 신도시다. 이곳이 택배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택배 차량의 아파트 지상 출입을 막자 배달물을 지상 주차장에 두고 간다고 한다. 민원은 들끓는다. 남양주시는 ‘실버택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실버택배는 노인 일자리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돈을 지원하는 일자리 사업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왜 세금으로 해결하려 하느냐. 관리비로 충당하라”는 청원이 봇물을 이룬다. 국토교통부는 급기야 어제 실버택배 지원을 백지화했다. 신도시 주민의 심정이야 누가 모를까마는 정치인이 문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얄팍한 셈법’을 앞세워 곳곳에서 ‘돈 뿌리기’에 나서고 있다.

세금은 무엇일까. “백성의 기름이요, 피요, 진액이요, 골수”다. 다산의 고향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니 다른 곳은 말해 무엇하랴.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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