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저주를 깰 유력 후보로 가장 주목받았던 선수가 패트릭 챈(28·사진)이다. 홍콩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챈은 변호사 아버지와 전직 테니스 선수 출신 어머니를 뒀다. 명석한 두뇌와 운동신경을 타고났으니 어릴 때부터 싹이 좋았다. 2008년 캐나다 선수권에서 만 18세로 역대 최연소 챔피언에 오른 뒤엔 챈의 시대가 열렸다.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앞세워 풍부한 감정 연기로 은반을 수놓은 그는 2011~2013년 세계선수권 3연패를 거머쥐었다.
완벽한 커리어를 갖춘 챈에게도 올림픽의 벽은 높았다. 그는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2014 소치올림픽에서 ‘피겨 왕자’ 하뉴 유즈루(25·일본)에 밀려 은메달을 땄다. 4년 뒤 절치부심한 2018 평창에서는 9위로 밀렸다. 이 대회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면서 아쉬움을 달랬지만, 한때 ‘피겨 킹’이라 불리고도 올림픽을 제패하지 못해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다.
비록 숙원을 풀지 못했지만 챈은 선수생활 내내 자신을 옭아맸던 ‘진짜 저주’를 이제부터 하나씩 풀어갈 계획이다. 그는 스스로도 “경쟁에 파묻혀 소중한 것들을 돌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바로 자신의 연인인 피겨 페어 선수 엘리자베스 푸트남(34·캐나다)을 두고 한 말이다. 챈은 캐나다의 최고 스타로 오랜 기간 군림하면서 주변에 소홀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푸트남과 함께 밴쿠버에서 스케이팅 교실을 운영하면서 평범한 인간으로 살 생각이다. 빙상의 ‘저주’로 10여년을 굴레에 갇혀 살다 밖으로 나온 챈이 써낼 ‘행복 동화’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안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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