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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의세상속물리이야기] 천의 얼굴을 가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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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9 21:29:46 수정 : 2018-04-19 21:2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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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30m 강풍은 시속 110㎞ 달해/ 지구 온도 편차 줄여 생명체 번창 도와
얼마 전 갑자기 들이닥친 강풍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각종 구조물이 추락해 인명피해가 났고 정전도 잇따랐다. 속초에서 측정된 순간 풍속인 초속 30m는 시속 약 110㎞에 달하는 무서운 속도이다.

바람은 공기의 흐름이다. 기체인 공기는 액체와 달리 상당히 조밀하게 압축될 수 있다. 압력이 높아진 공기는 상대적으로 희박한 곳을 향해 이동하려 한다. 즉, 어떤 요인에 의해 공기의 밀도 차이가 생기면 공기는 항상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흐르며 균형을 잡는다. 압력 차이가 클수록 공기의 흐름은 빨라진다. 이번 강풍도 한랭전선에서 생긴 커다란 기압 차이로 발생했다고 한다.

바람을 이루는 공기 분자들은 각각 제멋대로 움직이는 듯 보이나 평균적으로는 압력 차이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이동 속도를 나타낸다. 움직이는 물체가 갖는 운동에너지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바람의 운동에너지는 공기 분자들이 운반한다. 그런데 풍속이 빨라지면 이에 비례해서 특정 지점을 지나는 분자의 수가 더 많아진다. 이 효과가 더해지면서 바람이 동반하는 운동에너지는 풍속의 세제곱에 비례하게 된다. 즉 풍속이 두 배가 되면 바람의 운동에너지는 여덟 배로 증가하는 것이다. 강풍의 무서운 파괴력이 여기서 비롯된다.

바람을 일으키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지구적 규모의 바람은 남북의 온도 차이에 의해 발생한다. 적도에서 달궈지며 팽창된 공기는 밀도가 낮아져 위로 상승한다. 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북쪽과 남쪽의 차가운 공기들이 흘러 들어온다. 그런데 적도를 향하는 이 바람들은 단순한 북풍이나 남풍이 아니다.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바람의 방향에 편향이 생긴다.

회전뱅뱅이라 불리는 놀이기구를 반시계방향으로 돌린 후 중앙에 서서 바깥으로 공을 굴려보자. 굴러가는 공은 더 빨리 돌아가는 바깥쪽의 회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오른쪽으로 치우쳐 진행할 것이다. 이 효과를 코리올리 힘이라 한다. 북반구의 위도 30도 이남에서 적도를 향해 내려가는 바람은 적도의 빠른 회전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오른쪽으로 편향되며 북동 무역풍을 형성한다. 동일한 효과로 인해 우리나라가 속한 위도에서는 남풍이 휘면서 편서풍으로 변한다.

때로는 한순간에 광범위한 지역을 초토화하는 파괴력을 보이기도 하나 바람이 지구와 생명체, 특히 인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과거에는 무역풍과 편서풍으로 인류의 이동과 해상 무역을 촉진하기도 했고, 지구적 규모의 먼지 이동을 일으키며 생태계의 유지에도 기여해 왔다. 무엇보다 바람은 지구 전체적으로 열을 옮기고 온도의 편차를 줄임으로써 생명체가 번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인류는 바람을 포함한 날씨를, 강풍의 도래 시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 인공위성, 각종 기구와 항공기, 선박, 기상 부표 등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기상 정보와 슈퍼컴퓨터를 통한 정밀한 계산으로 인해 3일 정도의 단기 예보는 상당히 정확히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기상은 기본적으로 카오스적이다. 아무리 비슷하게 보이는 날씨라도 미세한 초기 조건이 장기적으로 커다란 차이로 귀결되는 속성이 있고 급격한 기상 변화의 가능성도 상존한다. 100% 확실한 예보가 불가능하다면 최악을 가정한 철저한 대비만이 이상적 기후 현상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일 것이다.

고재현 한림대 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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