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은 ‘홍당무’라고 하여 수줍거나 무안해 붉어진 얼굴을 비유한다. 또 일상적인 대화에서 ‘당연하지’ 대신에 쓰이고, 회유책을 의미하는 표현 ‘상’과 ‘벌’을 ‘당근’과 ‘채찍’으로 빗대는데, 말(馬)을 길들일 때 상으로 당근을 주고 벌로 채찍질을 하는 것에서 유래됐다.
당근은 미나리과의 두해살이풀로 뿌리 채소인데 겨울에도 따뜻한 남부 제주도에서는 월동이 가능하지만 한해살이로 중부이북에서는 봄, 가을에 파종한다.
당근은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이 원산지로 10∼13세기에 유럽 전 지역에 전파됐는데, 17세기에 네덜란드 농민들이 원래 보라색이었던 것을 지금 우리가 아는 오렌지 색깔의 새 품종으로 개량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 오렌지색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컬러가 돼, 네덜란드 국가 대표 축구팀은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은 ‘오렌지 군단’으로 불린다.
그렇지만 당근을 많이 먹으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황색 색소증’이라 하여 얼굴이나 손바닥이 노랗게 변한다. 또 지나치게 과식하면 뇌압이 높아져 두통과 구토를 유발하는 ‘비타민A 과다증’에 걸리기 쉬우며, 유럽인 중 3~4%는 당근 알레르기가 있다 한다.
논어에서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고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는데 세상 이치가 다 그런 것 같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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