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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생물의신비] 당근과 과유불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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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9 21:27:28 수정 : 2018-04-19 21: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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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밭고랑을 일구어 골짜기마다 당근 씨앗을 뿌려놓았더니 꽃샘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초록 싹을 파릇파릇 틔우고 있다.

당근은 ‘홍당무’라고 하여 수줍거나 무안해 붉어진 얼굴을 비유한다. 또 일상적인 대화에서 ‘당연하지’ 대신에 쓰이고, 회유책을 의미하는 표현 ‘상’과 ‘벌’을 ‘당근’과 ‘채찍’으로 빗대는데, 말(馬)을 길들일 때 상으로 당근을 주고 벌로 채찍질을 하는 것에서 유래됐다.

당근은 미나리과의 두해살이풀로 뿌리 채소인데 겨울에도 따뜻한 남부 제주도에서는 월동이 가능하지만 한해살이로 중부이북에서는 봄, 가을에 파종한다.

당근은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이 원산지로 10∼13세기에 유럽 전 지역에 전파됐는데, 17세기에 네덜란드 농민들이 원래 보라색이었던 것을 지금 우리가 아는 오렌지 색깔의 새 품종으로 개량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 오렌지색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컬러가 돼, 네덜란드 국가 대표 축구팀은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은 ‘오렌지 군단’으로 불린다.

당근은 비타민 A가 풍부하며 칼슘, 마그네슘, 철도 고루 들어있는 영양가가 높은 채소이다. 귤·호박·고구마가 누르스름한 귤색인 것은 카로틴이 많기 때문인데 특히, 당근 카로틴은 항산화제로 작용하고, 직장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며, 폐경 후 많이 오는 유방암을 줄이고, 노화에 따른 눈의 황반변성이나 녹내장의 위험도 줄인다.

그렇지만 당근을 많이 먹으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황색 색소증’이라 하여 얼굴이나 손바닥이 노랗게 변한다. 또 지나치게 과식하면 뇌압이 높아져 두통과 구토를 유발하는 ‘비타민A 과다증’에 걸리기 쉬우며, 유럽인 중 3~4%는 당근 알레르기가 있다 한다.

논어에서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고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는데 세상 이치가 다 그런 것 같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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