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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고 발칙한 사기극 뒤 ‘전쟁의 참상’ 묵직한 메시지

입력 : 2018-04-19 19:41:10 수정 : 2018-04-19 19: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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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화 ‘맨 오브 마스크’ 미술에 천재적 재능이 있었던 에두아르(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와 알베르(알베르 뒤퐁텔)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전우다. 종전 마지막 전투에서 알베르는 독일군이 아닌, 전쟁에 미친 중위 프라델에 의해 죽을 위기에 놓인다. 에두아르는 알베르를 구해낸 뒤 곧바로 포탄에 부상을 당해 얼굴의 반을 잃게 된다.

지독한 사업가 아버지를 증오했던 에두아르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집에 돌아가기를 꺼린다. 알베르는 에두아르를 전사자로 위장한 뒤 근근이 일하며 그를 보살핀다.

에두아르는 얼굴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하지만 주인집 꼬마와 어울리며 웃음을 되찾아 간다. 뻥 뚫린 얼굴을 가리기 위해 만들었던 단순한 모양의 가면은 에두아르의 예술혼을 입으면서 점점 화려하고 대담해진다.

에두아르는 자신을 절망으로 내몬 사회에 복수하기 위해 일을 꾸민다. 전사자 추모비를 제작한다는 가짜광고를 내 돈을 받아 챙긴 뒤 파리를 떠난다는 계획이다. 사망 소식을 들은 뒤에야 아들을 그리워하던 에두아르의 아버지도 거금을 사기 당한다. 에두아르의 아버지는 ‘가면 쓴 남자’가 추모비 디자인 공모에 지원했던 작품 속에서 아들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를 추적한다. 

12일 개봉한 영화 ‘맨 오브 마스크’(사진)는 2013년 세계 3대 문학상이자 프랑스 최고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받은 피에르 르메트르의 ‘오르부아르’(Au revoir la-haut)가 원작이다. 마스크를 쓴 신비로운 남자가 발칙한 사기극을 벌이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리며 전쟁의 참상과 허무함을 묵직하게 전한다. 영문도 모르고 전쟁에 나갔던 청년들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자본가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더 많은 부를 축적하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사회가 배경이다. 영화가 그린 전후 사회는 처참하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이들의 처지는 사회에서도 바뀐 게 없다. 알베르는 모르핀을 구하기 위해 상이군인들의 것을 강탈하고, 에두아르는 전사자 유가족까지 사기 칠 계획을 세운다. “불쌍하지도 않냐”며 말리는 알베르에게 에두아르는 소리친다. “우리도 전쟁에 나갔잖아!” 망가진 인생을 어디에서도 보상받지 못한 데 대한 분노다. 이들은 정의롭지 못한 정부 기관과 자본가들을 한방 먹이는 데 성공한다. 모든 것이 완벽한 권선징악의 통쾌함 속에서 영화는 새드엔딩을 맞는다. 전쟁이 끝나도 비극은 계속된다는 것일까. 매혹적인 분위기 속 지독하게 현실적인 메시지가 여운을 남긴다.

‘맨 오브 마스크’는 프랑스 세자르 영화제에서 감독상, 각색상, 촬영상, 의상상, 미술상 등 5관왕을 차지했다. 감독과 각본, 주연배우를 겸한 알베르 뒤퐁텔은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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