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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역할 지겹지 않냐고요? … 매번 새로워요”

입력 : 2018-04-19 19:41:14 수정 : 2018-04-19 19: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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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를 기억해’ 주연 맡은 배우 김희원 “세어보진 않았지만 형사만 대여섯번쯤 한 것 같은데요? 이번엔 전직 형사인 PC방 주인이죠. 감독님의 주문은 딱 하나, ‘지저분하기만 하면 된다’였어요.”

영화 ‘나를 기억해’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에서 배우 김희원(47)을 만났다. 머리를 짧게 깎은 말끔한 모습이 꽤 잘 어울린다. 지금껏 거칠고 비열한 이미지로 대중에 각인된 그였다. 지난 1월 종영한 SBS 드라마 ‘의문의 일승’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형사다. 지겹지 않을까.

“전혀요. 저는 제 캐릭터를 직업으로 생각하기보단 사람으로 생각해요. 형사든 깡패든 회사원이든 모두 자기의 삶의 목표가 있고 그것에 정당성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번 새롭습니다. 그렇게 연기하려 하고요.”

19일 개봉한 이한욱 감독의 영화 ‘나를 기억해’는 14년 전 성폭력 동영상 피해의 아픔을 가진 고교 교사가 비슷한 일을 다시 겪고, 제자까지 같은 일을 당한 것을 알게 되면서 범인을 쫓는 이야기다.

범죄 스릴러 ‘나를 기억해’에서 주연한 배우 김희원은 “작품마다 늘 아쉬움이 남지만 스스로 창피하지 않으려 진심을 다해 연기한다”고 말했다.
오아시스이엔티 제공
여성과 청소년이 너무나 쉽게 피해를 당하는 약자로 등장해 불편함을 주기도 하지만,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죄의식 없이 어른들을 상대로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해 청소년을 범죄에 이용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김희원은 주인공 서린(이유영)을 도와 의문의 인물 ‘마스터’를 추적하는 전직 형사 오국철을 연기했다. PC방에서 줄담배를 피우며 초등학생들과 말싸움을 하고, 배터리가 금세 방전되는 오래된 2G폰을 사용하며, 불량 청소년을 응징하러 갔다가 도리어 당한다. “나만 믿으라”며 정의롭게 나서지만 ‘허당’이다.

“날카롭게 추리하면서 긴장감 있게 추적해 나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영화적 재미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김희원은 스무살에 극단에 들어가 연기를 시작했다. 스물아홉에 호주로 떠나 페인트공으로 일했던 사연은 유명하다.

“뒤늦게 서울예술대학에 입학했는데, 제가 연기경력이 8년 더 있는데도 다른 동기들보다 나은 게 없더군요.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경제적인 이유도 컸고요. 무작정 호주에 갔습니다. 처음엔 시급 7달러로 시작해 나중엔 17달러를 받는 숙련공이 됐죠.”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호주에 원정 공연 온 후배들을 만난 뒤 다시 연극 무대로 돌아온 그는 차분히 실력을 다져나갔다.

“스무살 김희원이 지금 제 앞에서 오디션을 본다면 탈락시킬 거예요. 서른살도 탈락, 서른다섯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마흔살 김희원은… 합격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마흔살에 그가 만난 작품은 영화 ‘아저씨’였다. ‘1번가의 기적’을 통해 영화에 데뷔한 지 3년 만이었다. 눈 하나 깜짝 않고 고문, 인신매매, 살인 등 악행을 저지르는 조직폭력배 만석 역으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때부터 그는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게 됐다.

“‘아저씨’는 정말 고마운 작품이죠. 지금 저를 있게 해줬으니까. 특히 도끼 던지는 장면 직전에 만석이 동생의 행동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장면이 있어요. 산에 다녀와서 숨 가쁜 느낌과 ‘배고파서 밥 먹어야 하는데 쟤는 왜 저러고 있나’하는 표정을 연기했는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그 연기는 좀 잘한 것 같아요.(미소)”

포털사이트에서 배우 김희원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결혼’이 뜬다. 곧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미혼이니 팬들이 궁금해할 법하다. 그는 “결혼은 ‘포기’가 아니라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마흔 이전엔 모아 놓은 돈이 없어서, 그 이후엔 일이 재미있고 바빠서 자연히 그렇게 됐단다.

그는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 나이는 생각하기 싫다. “이룬 것도 없이 나이만 먹은 것 같단 생각에 초조합니다. 작품을 끝낼 때마다 부족한 점이 눈에 띄어요. 이순재 선생님 연세쯤 되면 만족할 수 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다만, 누군가는 저를 ‘아저씨’로, 누군가는 ‘불한당’으로, 또 누군가는 ‘나를 기억해’로 기억해줄 것이기 때문에, 매 작품 ‘저 배우 별로’라는 소리는 듣지 않으려, 스스로 ‘창피하지 않으려’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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