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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위기의 도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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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8 23:33:22 수정 : 2018-04-18 23: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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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은 18세기부터 ‘거대 도시’라는 뜻의 메트로폴리스로 불렸다. 그 시절 런던에서 공원 조성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됐다. 왕실 소유 정원에서 시민 공원으로 탈바꿈한 하이드 파크는 당시 승마길 등이 조성돼 지금의 모습을 지니게 됐다. 누구나 연단에 올라가 자기주장을 펼 수 있는 ‘스피커스 코너’는 이 공원의 명소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는 센트럴 파크가 있다. 19세기에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의 필요성이 제기돼 공원이 조성됐다. 지금은 뉴욕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영국 미래학자 레온 크라이츠먼은 저서 ‘24시간 사회’에서 “뉴욕 도심에서 자주 나타났던 폭력 문제는 센트럴 파크를 만드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이 공원은 다양한 계층과 인종이 서로 섞이도록 하는 안전장치로서 기능해 오고 있다”고 했다. 화가 황주리는 산문집 ‘날씨가 너무 좋아요’에서 “가을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맨해튼을 생각하면, 시내 한복판에 떡 버티고 있는, 한도 끝도 없이 넓은 센트럴 파크가 떠오른다”고 한다.

도시공원은 민주주의 가치관을 반영한다. 미국 문화비평가 레베카 솔닛은 ‘걷기의 역사’에서 도시공원의 발전에 대해 “민주주의적이고 낭만적인 기획”이라며 “도시를 떠날 여건이 되지 않는 도시 거주자에게 전원의 미덕을 선사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도시공원이 넉넉지 못하다. 그나마 줄어들게 된다. 헌법재판소가 1999년 사유지를 공원으로 지정해 놓고 방치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헌법불일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2020년 7월 이후 도시공원 부지 397㎢는 땅 주인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여의도 면적의 140배다. 서울 서리풀공원 등 주민이 공원처럼 이용하는 곳의 상당 부분이 개발될 처지에 놓인다. 정부는 116㎢의 땅을 ‘우선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지방자치단체의 부지 매입을 지원한다지만 이마저도 재정 문제로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공원은 ‘도시의 허파’다. 한 도시 안에서도 주변에 공원이나 녹지가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여름 길이가 길게는 두 달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도시공원 부지가 대거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진다.

박완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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