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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한국에서 배운 것들, 삶의 교훈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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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8 23:31:31 수정 : 2018-04-18 23: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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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이 정말 예쁜 계절이 찾아왔다. 싹이 돋아난 어린 잎새가 아직 작은 몸에 한껏 봄빛을 받고 있다. 가끔 비가 내리면 초록색 잎사귀에 쌓인 먼지를 깨끗이 씻어내 여기저기서 초록빛을 낸다. 비가 그치고 안개가 가득할 때 안개 속의 초록색은 또 다른 풍취가 있다.

햇빛이 비교적 강한 한국에서는 나무도 하늘도 선명하게 보인다. 요즘처럼 새롭게 출발하는 계절이 되면 나는 한국에 와서 배운 것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그 가운데 하나는 아내가 되는 것, 엄마가 되는 것, 그리고 며느리가 되는 것이었다. 일본에서는 결혼을 안 했기에 딸의 역할밖에 해보지 않았다. 유교정신이 남아 있고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한국 사람과 결혼해 가족을 얻었지만 아직도 어느 역할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다. 아마 죽는 그날까지 열심히 배워야 할 것 같다.

또 하나는 문학이다. 일본어를 가르치는데 내 나라 말인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일본어를 배워야 했다. 그런데 언어를 배우면서 언어로 된 문학의 영향과 힘에 대해 알게 됐다. 일본어든 한국어든 문학이 인간의 정신과 영혼을 풍요롭게 하고, 사람에게 많은 힘과 위로를 주는 것을 비로소 느꼈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난 후부터 지금까지 문학의 세계 속에 나는 푹 빠졌다.

마지막은 꽃꽂이이다. 지금은 꽃이 너무 예쁜 계절이기에 꽃꽂이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한국에 와 취미가 없이 살았을 때 꽃꽂이가 장식돼 있는 것을 보고서는 너무 예뻐서 배우기 시작했다. 사실 일본에서도 직장을 다니며 점심시간에 의무적으로 배우긴 했다. 하지만 그때는 의무로 배우는 것이어서 그런지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무엇보다 꽃은 자연에서의 모습이 가장 예쁘다는 인식에 ‘왜 일부러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할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배우며 그 의미를 알게 됐다.

바람이 부는 자연 속에서의 꽃의 모습도 예쁘기는 하다. 그러나 가장 예쁜 모습으로 길이를 조절하고, 방향을 세우고, 다른 꽃과 조화를 이루면서 꽂는 것이 꽃꽂이의 또 다른 묘미라고 생각한다. 꽃으로서는 가장 예쁜 모양으로 보는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다. 꽃꽂이는 화도(華道)라고도 하는데, ‘길 도’의 ‘도’자가 들어가는 것은 유도, 검도처럼 형식으로 된 기술을 배우면서 정신도 수련하는 것이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꽃은 생물이라 들밭에 있는 꽃도, 화분에 있는 꽃도 아무리 예쁘게 피어도 언젠가는 시들어 버린다. 씨를 만들어 번식하는 목적도 있지만 시들기 전 예쁜 꽃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줘 이는 사람이 사는 모습과 같다.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사람답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람도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는 존재라고 본다면, 살아 있을 때 얼마나 예쁘게 피고 보는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가를 알려주는 것이 화도 수련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배운 동양 꽃꽂이는 같은 동양이지만 일본과는 좀 다르다. 일본의 꽃꽂이는 소박하고 여백이 있는 것에 비해 한국은 풍성하고 푸짐하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한국의 음식과도 같다. 나는 꽃꽂이를 하고 있을 때가 최고의 힐링시간이다. 한국에서 배운 것들을 곰곰이 되돌아보았더니 모든 것이 살아가는 데 힘을 주고, 참된 사람이 되는 것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삶의 교훈에 나는 감사할 뿐이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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