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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의 폐해-상] "필름 또 끊겼네" 알코올성 치매 환자, 감정·충동 조절능력 떨어져

입력 : 2018-04-21 13:00:00 수정 : 2018-04-18 17: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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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50대 이하 성인 가운데 20대가 술을 가장 많이 마시고, 술에 취해 기억을 잃는 '블랙아웃'(Blackout·알코올성 치매 증상) 현상도 가장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삼육대에 따르면 (이 대학교) 보건관리학과 손애리 교수는 한 리서치회사에 의뢰해 최근 한달간 한 차례 이상 술을 마신 경험이 있는 20∼50대 1145명(남자 731명, 여자 454명)을 대상으로 음주량과 음주동기 등을 조사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20대의 한 달간 평균 음주량은 소주 5.8잔, 맥주 4잔, 소맥(소주와 맥주를 혼합한 술) 4.2잔, 와인 1.7잔 등 총 15.7잔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대 15.4잔(소주 5.8, 맥주 4.1, 소맥 3.7, 와인 1.8), 40대 13.8잔(소주 5.1, 맥주 3.9, 소맥 3.1, 와인 1.7), 50대 13.2잔(소주 5, 맥주 3.4, 소맥 3.1, 와인 1.7) 등이었다.

2·3차까지 술자리를 이어가는 경우도 20대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잦았다. 20대 가운데 1차에 술자리를 마친다는 응답자는 16.5%로 가장 적었고, 3차 이상 술자리를 한다는 응답자는 30.4%로 가장 많았다. 반면 50대는 1차에 마치는 비율이 45.1%나 됐으며, 3차 이상은 6%에 불과했다. 블랙아웃도 20대가 44%로 가장 많이 겪었다. 이어 50대(33.8%), 30대(33.1%), 40대(29.6%)의 순이었다.

술을 마시는 동기에서도 세대별 차이가 있었다. 2030대는 기분이 좋아지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개인적 목적'이 많았다. 특히 20대는 '스트레스 받을 때 술을 마신다'고 응답한 비율이 68.5%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이에 반해 50대는 술을 마시는 이유로 '속마음을 터놓고 싶을 때'(52%), '불편한 사람과 소통하고 싶을 때'(41.5%) 등을 꼽아 술을 '사회적 소통 수단'으로 여기는 응답자가 많았다.

손 교수는 "과거 우리 국민은 사회적 소통 수단으로 술을 마셨지만, 지금 젊은 세대는 개인적 이유가 추가된 경향이 있다"며 "청년층이 구직에 어려움을 겪거나 직업이 있어도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과 관련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알코올성 치매 증상 20대가 가장 많이 겪어

블랙 아웃을 경험한 사람은 술이 깬 뒤 일정 기간 동안의 기억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동안 타인에게 위해(危害)를 가했거나, 다른 사람에게 이상한 행동 또는 수치스런 일을 벌였을까봐 두려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같은 기억 상실에 빠진 사람에게 직업이나 주소 등을 물어보면 비교적 잘 기억해 낸다. 블랙 아웃 기간에도 장기 기억이나 지능은 상대적으로 온전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이에 반해 5~10분 전 있었던 일은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한다. 조금 전 자신이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주문했던 술을 또 시키는 행위를 하게 된다. 블랙 아웃 기간 동안 단기 기억이 상대적으로 많은 손상을 입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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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한 전문가는 "블랙 아웃은 뇌가 약해졌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알코올 중독자는 증세가 악화되면서 블랙 아웃을 겪는 횟수가 잦아진다"며 "이게 반복되면 뇌가 약해지면서 손상을 입고, 알코올성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억력이 점차 떨어지고, 블랙 아웃 횟수도 잦아진다면 정말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블랙 아웃으로 뇌 자체가 쪼그라들어 텅 빈 공간인 뇌실(腦室)이 늘어나는 상태가 반복되면 알코올성 치매로 이어지기 쉽다. 필름이 처음 끊기면 당장은 '다신 과음하지 말아야지'하고 다짐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증상을 겪곤 한다. 결국 '또 필름 끊겼네'라며 마치 일상처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지만, 이런 증상이 장기간 반복되면 젊은 나이에 알코올성 치매를 경험할 수 있다.

◆알코올로 인한 뇌 위축, 기억력 떨어뜨려…성격도 폭력적으로 변화시켜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아세트알데히드는 덜 분해된 알코올과 함께 혈관을 타고 온몸에 퍼진다. 특히 혈액 공급량이 많은 뇌에 집중적으로 침투해 기억을 저장하는 해마를 손상시키고, 신경세포간 신호전달 매커니즘을 교란시킨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 이상이 되면 사고와 판단이 느슨해져 속칭 알딸딸한 상태가 된다. 기분이 적당히 좋아지면 음주 속도가 빨라지고, 개인차는 있지만 혈중알코올농도 0.15~0.25%에서 기억을 잃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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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중 알코올 농도는 혈액 100㎖당 알코올의 비중으로 0.15%는 혈액 100㎖당 0.15g의 알코올이 포함됐다는 의미이다. 체중이 65kg 정도인 남성이 소주를 두 잔 마시면 혈중 알코올 농도 0.02~0.04%, 3~5잔 마시면 0.05~0.10%, 6~7잔은 0.11~0.15% 정도 나온다.

미국 웨슬리대 연구결과 하루 소주 3잔에 해당하는 알코올을 30년 이상 마시면 뇌세포 파괴 속도가 빨라져 뇌의 용량이 평균 1.3% 줄고, 하루 1잔씩만 마셔도 0.5%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뇌기능이 떨어지면 음주조절 능력이 낮아져 더 많은 술을 마시고, 뇌기능 감소 속도가 빨라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알코올로 인한 뇌 위축은 기억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사람의 성격, 감정, 행동을 조절하는 전두엽과 대뇌피질까지 손상시켜 성격을 폭력적으로 변화시킨다. 이로 인해 일반적인 노인성 치매 환자는 기억력 및 언어 장애만 나타나는 데 반해 알코올성 치매 환자는 감정 및 충동 조절 능력이 저하된다. 술에 취하면 평소와 달리 난폭해져 화를 잘 내고, 폭력적인 성향이 드러나는 것이다. 변화된 성격이 굳어지면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도 공격적이고 신경질적인 사람이 된다.

실제 2011년 경찰청이 발표한 강력범죄 통계에 따르면 음주 상태에서 발생한 범죄는 약 30%에 달했다. 범죄 유형별로는 △살인 40% △성폭행 34% △강도 14% △절도 6.6% 순이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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