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김호철(63) 남자 배구대표팀 감독은 본지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칭찬에 너털웃음을 지었다. 지난 2월 사상 첫 국가대표 전임 감독으로 발탁된 그는 충북 진천선수촌에 머물며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여전히 푸근한 인상이지만 훈련 모습을 지켜보는 눈빛은 여전히 매섭다. 배구 인생 ‘50년’의 관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몸짓 하나하나에 선수들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오는 5월 25일부터 폴란드에서 열리는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예선 라운드를 치른다. 대회가 7월 초에 마무리되는 만큼, 여기서 옥석을 가린 뒤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최정예로 나서는 것이 목표다. 김 감독은 지난해 FIVB 월드리그 2그룹에서 문성민(현대캐피탈), 전광인(한국전력)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대거 빠진 가운데 5승4패(6위)로 선전하면서 ‘호철 매직’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초대 남자 배구 대표팀 전임 사령탑에 오른 김호철 감독이 한국 배구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스1 |
“감독이 선수한테 어떻게 이깁니까. 내가 맞춰줘야죠. 그래야 ‘원 팀’이 되는 겁니다.” 1980년대 이탈리아 리그의 맥시카노 파르마에서 활약한 명세터 출신 김 감독은 ‘한 성질’ 한다. 일례로 이탈리아 데뷔전에서 팀 동료 선수가 “네가 잘못해서 범실이 났다”며 볼멘소리를 하자 홧김에 그 선수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다.
그래도 선수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한 남자’로 통한다. 선수를 호되게 다그치기보다 실수를 감싸안는 김 감독 특유의 ‘배려의 리더십’은 대표팀을 하나로 모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김 감독은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미 완성된 기량을 갖추고 있다. 감독이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선수 간의 화합을 이뤄 내야 좋은 성적이 따라온다. 앞으로 일부 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선수단 전체가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배구를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