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설왕설래] 일본의 직장인

관련이슈 설왕설래

입력 : 2018-04-17 21:27:12 수정 : 2018-04-17 21:27:1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30년 전쯤이다. 좁은 집, 동네를 메운 자전거, 혼잡한 지하철…. 도쿄의 모습은 ‘부자 나라’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때 알게 된 일본인의 집에 갔다. 10평 남짓한 땅에 4층을 올렸다. “집값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 “30억원쯤 할 겁니다.” “미국에 가면 수영장 딸린 집에서 살 텐데, 왜 좁게 사느냐”고 되물었다. “그냥 지금이 좋다”고 했다. 도쿄의 모습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집이라도 갖고 있다면 그저 그렇게 살 만하겠지만 많은 도쿄 직장인은 그렇지 않다. 박봉을 쪼개 아껴 살아야 한다. 우리나라와 똑같다. 그런 일본을 두고 ‘부자 기업, 가난한 개인’이라고 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46개 주요 기업을 조사한 결과 올해 임금 인상률은 평균 2.41%에 이른다고 한다. 20년 만에 최고치다. “그런 인상률에 무에 그리 호들갑이냐”고? 일본의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0.5%. 우리나라는 1.9%였다. 우리나라 물가를 기준으로 일본 임금 인상률을 계산하면 9.16%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평균 임금 인상률은 2.9%였다. 일본이 3배 이상 높다. 소니는 5% 올렸다. 우리 물가를 적용해 상승률을 계산하면 19%에 달한다.

가난한 개인? 그런 비아냥은 더 이상 하기 힘들게 생겼다. 가난한 쪽은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다.

일본의 임금은 왜 오른 걸까. 일손이 모자라서? 기업이 돈을 벌기 때문에? 모두 맞는 소리다. 하지만 이면에는 경기부양과 규제개혁을 전면에 내건 아베노믹스의 성공이 있다. 2012년 이후 5년여의 노력 끝에 ‘기계왕국’, ‘전자왕국’ 명성은 되살아나고, 직장인의 호주머니는 두둑해졌다.

“낙수(落水) 효과는 없다.” 그런 믿음 때문일까, 정부는 직접 ‘물 뿌리기’에 나서고 있다. 세금을 걷어 정부가 현금을 살포한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전 세계가 기업을 살리기 위해 매달리는 규제개혁, 법인세 인하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걸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연말에 수천만원씩 성과급을 뿌린다. 낙수효과가 없는 것은 ‘낙수 정책’에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강호원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