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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보수, 이제 구조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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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7 21:24:39 수정 : 2018-04-17 21: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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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팔이’ 매달렸던 李·朴정부
‘회귀적인 정치’ 머무른 한국당
보수 미래 고민 않는 행태 개탄
‘타이밍’ 놓치면 회생도 어려워
최근 자유한국당 중진의원을 만났다. 그는 ‘반홍’(반홍준표) 그룹에 속한다. 하지만 그는 의외로 홍준표 대표에 대해 말을 아꼈다. 대신 무능한 보수의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우선 한국당이 과거 회귀적인 정치에 머물러 있다고 개탄했다. 자신도 철저한 안보관에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을 꺼냈다. 그렇지만 그가 보기에도 한국당은 ‘반공 보수’ 틀에 갇혀 미래지향적인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 당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여전히 ‘안보 팔이’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남상훈 정치부장
그런 동안 세상이 확 달라졌다. 보수가 안보에 전혀 실력이 없다고 평가한 문재인정부가 꽉 막힌 남북 관계를 뚫은 데 이어 북·미 관계 개선까지 중재하고 나섰다. 현재까진 ‘길잡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이에 보수가 적잖이 당황했다. 그동안 ‘안보 무능’을 전가의 보도(傳家의 寶刀)로 활용해 진보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안보 프레임은 종종 각종 선거에서 효력을 발휘했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보수가 집권한 시기엔 대체로 남북 관계가 원활하지 않았고 안보 프레임이 진보를 공격하는 정쟁의 도구로 통했다. 그러다 보니 보수는 여전히 ‘반공 보수’에 안주하고 있다.

물론 보수가 ‘안보 장사’만 한 것은 아니다. 두 차례 대선 때 실용정치를 내세워 표심을 모은 적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실용적 보수를 대선 캠페인으로 활용해 집권에 성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경제민주화를 주창하는 전략으로 대선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두 보수정부는 권력을 잡자 보수층이 관심이 있는 안보에만 매달렸다. 중도층을 비롯해 일부 진보층까지 관심이 있던 실용정치를 내팽개친 채 안보를 활용한 정치에만 매달렸다. 결국 보수정부 9년이 지난 지금은 대선 때 지지했던 중도층과 일부 진보층이 보수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중진 의원은 이제는 보수가 이런 틀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보를 넘어 경제 등 여러 정책에서 국민들에게 실력을 보여 줄 때가 됐다”고 말했다. 보수는 그간 경제에 실력이 있는 척했지만 이명박정부도, 박근혜정부도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보수정권은 국가에 엄청난 빚만 떠안겼다. 보수정권 시절에 국가부채는 매년 40조∼50조원씩 증가했다.

그는 한국당 의원의 노쇠화도 우려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당 의원의 평균 연령은 59세에 달한다. 한국당엔 공무원이나 교수로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다 ‘인생 2모작’을 위해 정치권으로 들어온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왜 정치를 해야 하나’보단 ‘어떻게 하면 의원이란 직업을 한 번 더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한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평안한 인생을 살았던 이들은 정치에 입문한 뒤 전혀 도전정신을 발휘하지 않는다. 중앙정치는 외면한 채 지역정치에만 매달리며 당의 미래와 상관없이 자신의 정치적 미래만 돌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외면 속에 한국당은 국민에 좋은 느낌을 주지 못하는 ‘비호감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의 막말이 도를 지나쳐도, 홍 대표의 독단적인 당 운영이 분열을 야기해도 이들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더욱이 홍 대표에 줄을 댄 일부 의원들은 심지어 홍 대표의 그런 행동을 부추기기도 한다.

중진 의원은 “보수의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 이들의 행태를 지켜보자면 내가 너무 정치를 오래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라며 “권력자에게 줄 서고 아부해 얻은 자리에서 안주하며 정작 자신의 명예는 누더기가 되어 가는 줄도 모르는 ‘정치 꼰대’가 발을 붙일 수 없는 정치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과 보수 주도권을 경쟁하는 바른미래당의 한 중진 의원은 보수진영의 구조조정 필요성을 주창했다. 그는 “보수의 본류를 자처하는 한국당은 구조조정을 마다하고 구시대 인물을 재활용하는 수구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능률적인 조직을 미래지향적인 사업구조로 개편하는 구조조정(business restructuring)이 필요한 시점인데 오히려 성장성이 희박한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정치는 타이밍이다. 위기에 몰린 보수가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치면 앞으로 회생하기가 쉽지 않다.

남상훈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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