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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식의세계속으로] 젊은 폭군의 사회 개혁은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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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7 00:07:25 수정 : 2019-03-26 16: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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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 1인독재 체제로 / 석유 의존 경제 탈피·여권신장 행보 주목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영국과 미국에 이어 프랑스를 방문하며 강대국 외교 행보에 적극 나섰다. 80대 고령의 국왕을 대신해 외교를 벌이는 모양새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대표하는 권력이라는 점을 전 세계에 알리고 인정받으려는 전략이다.

 

불과 서른두 살의 젊은 왕자가 세계 으뜸 자원 강국의 권좌에 오른 것은 작년 6월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사에서 이는 혁명에 해당한다. 근대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을 건국한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왕은 많은 부인에 수십 명의 아들을 두었다. 그는 자식들 사이에 경쟁과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형에서 동생으로 왕위를 계승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2세대에서 처음 권력을 잡은 사우드 왕이 자기 아들에게 권력을 넘겨주려 하자 다른 형제들이 들고 일어나 왕을 강제 폐위시킨 적도 있다.

 

현재 살만 왕은 2015년 79세에 왕이 됐다. 2세대의 여섯 번째 왕으로 이제 더 이상 형제 계승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결국 왕위는 3세대로 넘어가야 했고, 원래는 살만 왕의 조카 무함마드 빈 나예프를 왕세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 법, 살만 왕은 2년 만에 자기 아들로 왕세자를 교체했다.

 

살만 왕과 그 젊은 아들의 권력 독점은 당연히 왕족의 불만과 반발을 초래했다. 그러자 왕세자는 200여명의 왕족을 수도 리야드의 리츠칼튼 호화 호텔에 감금하는 강수를 두었다. 부정부패로 몰아 재산을 몰수하기도 하고, 새 권력에 협력하는 조건으로 풀어주기도 했다. 이제 사우디아라비아는 왕족의 집단지도체제에서 국왕이나 왕세자 개인의 절대 독재로 전환하는 듯하다.

 

이름의 영문 이니셜 MBS로 불리는 왕세자는 젊음을 앞세워 인기몰이에 나섰다. 세계의 관심을 끈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운전 허용이 대표적 조치다. 올 6월이면 여성도 자유롭게 운전대를 잡고 이동할 수 있다. 남성 보호자 없이는 외출도 어려웠던 보수적 사우디아라비아 사회에서 여성의 운전 허용은 놀라운 변화다. 그뿐만 아니라 폐쇄됐던 극장문도 다시 연다는 소식이다. 영화를 보기 위해 국경을 넘을 필요가 없어졌다. 정부는 또 ‘전국연예청’이라는 희한한 명칭의 기관을 만들어 국민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동시에 관리하도록 했다. 두 눈을 부라리던 종교 경찰도 새 권력 앞에서는 꼬리를 내렸다고 한다. 이처럼 사우디아라비아는 강한 사회 변화의 폭풍을 맞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며 노인 왕들의 보수적 지배를 받던 나라도 변하지 않고서는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퍼진 결과다. 세계 경제의 석유 의존도는 줄어드는 데다 셰일가스의 등장은 석유 가격의 폭락을 초래했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는 30세 이하 젊은이가 2000만 인구의 60%다. 경제적으로 포스트 석유 시대를 준비해야 젊은 인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여성의 경제활동이나 문화, 관광 등의 산업발전이 필요한 이유이다. 홍해 연안에 2025년까지 로봇과 정보기술(IT) 중심의 신도시 ‘네옴’을 건설하는 계획도 미래 먹거리 준비의 일환이다. 앞으로 MBS의 사우디아라비아가 리콴유의 싱가포르가 될지, 우고 차베스의 베네수엘라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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