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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女아이스하키, 2부 리그 승격 불발 “아이스하키의 매력이요? 쉴 새 없이 공을 주고받을 때의 박진감이죠.”

지난 2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만난 여자 아이스하키 ‘에이스’ 박종아(22)는 티 없이 밝았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한국 빙구가 올림픽에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해 강호들과 맞붙을 기회를 얻었기 때문. 박종아는 평창에서 단일팀을 꾸리게 된 북한 선수들에 대해서도 “각자의 삶과 언어에 대해 다른 점이 궁금하다”고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이며 웃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냉혹했다. 새러 머리(30·캐나다)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올림픽서 5전 전패, 2득점에 28실점으로 득실차 -26점의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매 경기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 나가는 선수들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일부는 분한 마음에 눈물을 쏟기도 했다. 하지만 박종아는 가슴 속 응어리에서 터져 나오는 울음을 가까스로 삼켰다. 대신 “남은 경기에 집중하겠다”며 독하게 각오를 다졌다. 아직 어린 나이에도 실패가 자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을 박종아는 알고 있었다.

그 후 두 달, 박종아를 필두로 뭉친 ‘머리호’가 훌쩍 자랐다. 대표팀은 15일 막을 내린 2018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1그룹 B(3부리그) 대회에서 3승1연장승1패로 준우승을 거뒀다. 대회 우승팀 이탈리아(4승1패)가 가져간 디비전 1그룹 A(2부리그) 승격 티켓은 놓쳤지만, 세계 10위권 팀들을 상대로 선전하면서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경기 종반까지 몰아치는 한국표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줬다. 특히 대회 1차전에서 상대전적 6전 전패로 열세였던 카자흐스탄을 만나 2-1로 사상 첫 승리를 거뒀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5부리그에서 뛰었던 한국이 카자흐스탄과 일본 양강 체제였던 아시아 빙구 판도를 확 바꿀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셈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에이스’ 박종아가 2018 IIHF 여자 세계선수권 3부리그에서 최고 공격수에 선정되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자력 출전권 획득 전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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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에서도 박종아는 5경기에서 4골 3어시스트로 대회 포인트 부문 2위에 올라 대회 최고의 공격수에 선정됐다. 160㎝, 59㎏으로 작은 체구지만 폭발적인 스피드와 빼어난 골 결정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표팀은 피아노 전공 음대생, 의대생 등 다양한 이력의 선수들이 모여 각자 생업이 있는 반면 박종아는 빙구 한 우물만 팠다.

“예쁜 사람들이 많이 배워, 피겨스케이팅을 하고 싶었죠.”

박종아는 ‘피겨 퀸’ 김연아(28)를 보고 자랐다. 초등학교 때 빙상장에서 첫발을 뗀 이유도 피겨 선수가 되기 위해서다. 그런데 어머니가 “내성적인 성격을 고쳐야 한다”며 단체 운동인 빙구를 시켰다.

처음에는 툴툴댔지만 하다 보니 이만큼 재미있는 운동이 없다고 했다. 그는 강릉 경포여중을 졸업한 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혜성여고로 진학했다.

상경한 이유는 대표팀 훈련장이 태릉선수촌에 있었기 때문. 또한 고교 2학년 때 캐나다로 아이스하키 유학을 떠난 덕분에 한 박자 빠른 슈팅까지 갖췄다. 박종아가 2011년 국가대표에 승선한 후 8년째 대표팀 핵심 공격수로 활약하는 이유다.

한국은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자력 출전권 확보가 목표다. 최근 IIHF는 기존 출전권 8장을 넘어 베이징에선 본선 진출국을 10개국까지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세계랭킹 17위인 한국이 충분히 도전할 만한 고지다. 어떤 좌절에도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독종’ 박종아가 버티는 한 베이징 무대에 오른 한국팀의 모습을 그려봐도 좋지 않을까.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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