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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웜’이란 영화가 있다. 할리우드가 1978년 당시로선 거액인 2100만 달러를 들여 개봉한 야심작이다. 결과는 재앙에 가까웠다. 제작비의 절반도 못 건졌으니까. 이 영화는 진공 상태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1970년대는 살인벌 공포로 북남미 대륙이 떨던 시기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당시 벌떼 피해를 다룬 기사에서 “SF(과학소설)가 창조한 괴물 같다”고 했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벌들이 수백명을 죽였다. 조금만 가까이 접근해도 광란의 흥분상태에 빠지는 이 벌들이 지금 여기(미 동북부)로 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벌떼의 공포를 다룬 ‘스웜’은 어쩌면 현실에 너무 밀접한 줄거리여서 관객 외면을 자초했는지도 모른다.

실제 세상의 ‘살인벌’은 어디서 왔을까. 선의(善意)에서 왔다. 브라질 유전학자 워릭 커 박사가 개량종을 찾는 양봉업계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 아프리카 여왕벌 79마리를 입수해 연구하던 도중 일부가 탈출한 것이 탈을 부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1950년대 이후 1만여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한다. 훗날 한 기자가 커 박사에게 물었다. “다시 기회가 생긴다면 뭔가 해볼 생각이 있느냐”고. 박사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아프리카 벌들을 내가 데려왔던 곳에 돌려보내고 싶습니다.”

미 텍사스주 엘패소 교외에서 노인 부부가 키우던 꿀벌 100만 마리가 최근 살인 벌떼로 돌변해 지역사회가 벌벌 떤다고 한다. 꿀벌 전문가도 손을 쓰지 못할 정도라는 것이다. 문제의 꿀벌 집단을 살인벌로 규정한 전문가도 있다. 대책이 없다는 고백일 것이다. 70년대 파문 때도 마찬가지였다. 연방정부가 개입했지만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민감하고 공격적인 벌떼에 대한 조심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각 지역사회가 적응했을 뿐이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피해도 줄었다. 엘패소의 벌떼에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만의 얘기일까. 자연환경을 잘못 건드리면 후환이 있게 마련이다. 대한민국 사회도 묵직한 이슈를 안고 있다. 생태계 파괴가 여간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때때로 벌떼 습격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고…. 미세먼지, 생활 쓰레기도 다 같은 범주다. 이런 사건을 해외토픽으로 봐야 할지 의문이다. 차라리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이승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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