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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말 많은 공매도,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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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5 21:21:45 수정 : 2018-04-15 21: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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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사건 공매도로 번져
개미들의 깊은 피해의식 방증
순기능 존재에 폐지는 힘들어
투명성 높이고 불공정 줄여야
눈 뜨고 코 베이는 느낌. ‘개미’(개인투자자)들에게 ‘공매도’란 그런 것이다. ‘큰손’(기관·외국인)들은 다르다. 그들에게는 유용한 수단이다. 하락장에서도 돈을 벌게 해준다. 하락폭이 클수록 수익은 커진다.

공매도 앞에서 개미들은 무력하다.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공매도 세력이 주가 하락에 베팅해 떼돈을 벌 때 주식을 갖고 있는 개미들은 속수무책이다. 공매도 때문에 손실이 더 커진다는 피해의식이 깊어간다.

류순열 선임기자
근본 이유는 공매도를 개미들은 이용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큰손들은 공매도를 맘껏 활용해 사실상 주가를 끌어내릴 수 있지만 개미들은 그럴 힘이 없다. 보유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증권사에서 ‘주식을 빌려’(대차) 판 뒤 나중에 되사서 갚는 매매기법이 공매도인데 ‘슈퍼개미’라면 모를까, 절대 다수의 개미들은 접근 불가다. 공매도는 개미들에게 불공정한 제도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폐지 여론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개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들은 즐비하다.

#1. A기업의 유상증자가 코앞인 상황. 신주 발행가격은 최근 3거래일 평균종가에서 30% 할인된 가격이다. 큰손들이 주식을 빌려 대량 공매도에 나선다. 유상증자에 참여해 싼값에 신주를 받아 갚으면 된다. 수익 내기가 땅 짚고 헤엄치기다. 큰손들의 공매도로 주가는 뚝뚝 떨어진다. 개미들의 한숨과 원성이 커진다. 실제 상황이다. 2016년 7월 2조6000억원대 유상증자를 앞둔 현대상선 주식을 놓고 버젓이 벌어진 일이다. 공정하지 않지만 불법은 아니었다. 이 기간 대량 공매도에 나선 세력은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 JP모건, 메릴린치 등이었다.

#2. SK증권 A부서는 2014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5개 종목 블록딜 매수에 참여했다. 블록딜은 매수자와 매도자가 협의해 장외에서 하는 대량매매로, 시세보다 5∼10% 할인된 가격에 거래된다. A부서는 이 정보가 외부에 알려지기 전에 해당 종목을 13억여원어치 공매도했다. 싼값에 장외매수가 예정된 상황에서 해당 종목을 공매도해 손쉽게 차익을 챙긴 것이다. 신한금융투자 B부서도 2012년 9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주식 23개 종목 블록딜 매수를 하면서 해당 주식을 65억원어치 공매도하는 수법 등으로 6억여원의 차익을 챙겼다. 모두 불공정행위지만 당장은 드러나지 않는다. 금융감독당국에 덜미를 잡혀 제재를 받은 건 2년이 지난 뒤였다.

실사례들이 말해주듯 개미들에게 공매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정보·분석에서 밀리는 판에 ‘무기’도 열세다. 모든 게 비대칭, 불균등이다. 지난 6일 벌어진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 사건이 엉뚱하게 ‘무차입 공매도’ 논란에 이어 공매도 폐지 청원으로 번진 것은 공매도에 대한 피해의식이 그만큼 뿌리 깊고 넓게 퍼져 있다는 방증이다.

사건 당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 청원은 채 열흘이 지나지 않아 추천인 20만명을 돌파했다. 정부 답변이 곧 나올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국정 현안과 관련해 30일 동안 국민 20만명 이상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공개 답변하고 있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직접 소통방식이다.

개미들의 숙원, ‘공매도 폐지’가 이번엔 실현될 것인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그럴 가능성, 제로다. “일부 악용 가능성 때문에 제도를 없앨 수는 없는 일”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한결같은 입장이다. 공매도는 주가하락 시에도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순기능이 엄연하다.

뻔한 얘기지만 투명성을 높이고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가능성을 줄이는 게 답이다. 공매도의 주가하락 효과도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 공매도를 위해 빌린 주식은 다시 사서 갚아야 한다. 팔 때 가격하락을 부추겼다면 살 때는 가격상승을 견인할 것이다. 중장기 시계로 가치투자를 하는 개미라면 공매도 피해의식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말 많은 공매도, 감독당국은 좀 더 눈을 부릅뜨고, 개미들은 좀 더 의연해져야 한다. 그런다고 공매도 폐지 여론이 당장 사라지진 않겠지만….

류순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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