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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국민의견 반영 없는 개헌, 또 다른 혼란 부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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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5 20:42:49 수정 : 2018-04-15 20: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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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논의에 정작 주권자는 배제/1987년의 과오 되풀이해선 안돼/국회·정당 국민 뜻 수렴 직무유기/치열한 시민 토론의 장 열어줘야/개헌은 ‘직접 삶 바꿀 기회’ 주는 것/여론 못 담으면 민주 발전 저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한 카페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정치권력만의 개헌은 또 다른 혼란과 희생을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정치권력만의 헌법개정은 혼란과 희생을 불러올 것입니다.”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위한 국회 합의안 시한(5월4일)을 20여일 앞둔 지난 12일 세계일보와 만난 한상희(59)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권자의 명령’인 헌법을 바꾸는 논의에 주권자인 시민이 참여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시민 요구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정치권력이 마무리한 1987년식 개헌을 다시 반복한다면 정치권은 각성해야 한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한 교수는 대표적인 ‘시민 참여’ 개헌론자다. 정치권 논의 이전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개헌 관련 강의를 해온 그는 국민개헌넷 정책자문단장으로 시민 참여 개헌안 초안을 작성하기도 했다. 한 교수는 “현 시점에서 개헌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개헌 논의 과정에서 각자가 자신의 삶에 어떤 장애가 있고, 이 장애를 뛰어넘기 위해 어떤 헌법이 필요할까 하는 ‘치열한 토론’을 보장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교수는 정치권이 시민들을 개헌 논의에 참여시키려는 노력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 정파는) 단순히 각자의 주장만 나열했을 뿐 주장을 어떤 형식으로 조문화할지, 어떻게 하위 법률로 구체화해 국민의 삶을 바꿀지 설명한 적이 없다”며 “국민 의사를 모으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개헌안을 발의한 대통령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 개헌 논의가 막힌 시점에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해 논의를 촉발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대통령은 개헌안 발의로 모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발의한 개헌안을 바탕으로 국민적 담론의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토지공개념 조항도 한 사례다. 한 교수는 “단순히 조문을 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토대로 어떤 법이 바뀌고, 국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설명했어야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교수에게 현재 개헌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당장 “그렇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 교수는 각종 시민 강좌, 심지어 그가 구청에서 진행하는 개헌 강의에서도 개헌을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는 일반 시민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했다. 이같이 흩어져 있는 시민들 관심을 방관자적 관심이 아니라 주체적인 관심으로 개헌 논의에 끌어 오는 것이 국회와 대통령의 책무라는 게 그의 견해다.

한 교수는 대통령 개헌안 중 여야가 기본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룬 반면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이견 때문에 쉽게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일각의 시각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하나의 기본권이 새로 헌법에 들어갔을 때 하위 법률이 어떻게 바뀔지, 그로 인해 예산 투입이 어떻게 바뀔지 등을 생각하면 기본권 논의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선 “만약 야당이 국회 총리 선출제를 주장한다면, 이를 적용했을 때 총리의 업무 책임이나 역할과 의무는 무엇인지 등 후속 논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그것이 없다”는 게 한 교수의 평가다.

한 교수는 국회가 이번에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실시에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개헌 일정에 관한 프로그램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제까지, 어떻게, 누가 주도해서 어떤 내용을 개헌할 것인지 프로그램을 짜서 국민에 공표하는 것은 정치권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시점과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를 넘어 여론수렴 절차까지 합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 교수는 “개헌의 과정은 당신들의 삶을 스스로 한 번 만들어보라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촛불 광장에서 드러난 정치에 대한 불만, 삶의 변화에 대한 욕구를 제대로 헌법에 담아내지 못하면 민주사회 발전에 상당히 많은 지체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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