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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칼럼] 혼돈의 교육정책, 대책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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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5 20:51:05 수정 : 2018-04-15 20: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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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넘게 준비한 개혁안
논쟁거리만 모은 ‘졸속’ 그쳐
정부 바뀔때마다 ‘정치 바람’
자율·창의 방식의 전환 필요
지난 11일 교육부가 대학입시 개혁안을 발표했다. 한데 교육부가 8개월 넘게 준비했다는 것이 고작 선발방법, 선발시기, 수능평가방법 등 세 가지 주요 이슈에 관한 논쟁거리를 모아 놓은 것이고, 필요 시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수능과목 구조, 수시수능 최저학력기준, 대학별 고사, 수능 EBS 반영률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이 과제를 지난해 9월에 구성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 넘긴다는 것이 개혁안의 골자다. 게다가 각 이슈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은 없다는 것과 문재인정부 대선공약이었던 수능 절대평가는 정부의 입장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국민이 지대한 관심을 갖는 대학입시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주무부처인 교육부의 입장은 없다고 하며 대통령이 제시한 수능 절대평가제 도입도 정부의 입장이 아니라고 한다. 대학원생 한두 명이 투입되면 며칠 이내에 만들 수 있는 대입 관련 주요 이슈와 이슈별 채택 가능한 대안 몇 가지를 제시하는 데 224일이나 걸렸다. 이러한 교육부가 왜 필요한가.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학
대학입시 방식이 대선공약으로 제시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데 대선 때마다 대학입시를 이리 고치고 저리 바꿔서 득표에 도움이 되려 하니 이 나라 교육은 백년은커녕 5년 소계조차 되기 어렵다. 더욱이 대통령은 수능 절대평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하고, 교육부장관은 대입과정에서 학생부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여당은 학생부종합전형 축소를 주장한다. 한마디로 당·정·청 모두 대학입시의 핵심 이슈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개혁하겠다고 나선 꼴이다.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 추진해도 쉽지 않은 것이 대학입시개혁이다. 하물며 당·정·청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상태에서 무슨 철학이나 방향을 가지고 대학입시를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대학입시에서 대학은 사라지고 당·정·청만 남아 국민을 대상으로 득표에 이로운 방법만을 생각하는 한 결코 바람직한 정책이 나올 수 없다. 정책은 근본적으로 경제사회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인데 대학입시정책의 경우, 국가 개입의 정당성조차 검토된 바 없다. 대학입시가 시장이 실패한 영역인지, 아니면 국가가 개입하지 않으면 사회적 정의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없는 영역인지에 대한 기본적 고려조차 해본 적이 없다. 과도한 사교육을 제한하기 위해, 고교 서열화를 방지하기 위해, 혹은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 간의 형평성을 고려하기 위해 대학입시정책을 이리저리 바꿔보는 식의 변경이 대학입시개혁의 대세였다. 세계 어느 나라가 이러한 이유로 대학입시에 정부가 개입하고 있는가.

4차 산업혁명의 무한경쟁시대라고 호들갑을 떨면서도 입시개혁을 학생과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은 한 번도 없었다. 민간의 자율과 창의가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라면서도 입시개혁에서 대학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기는커녕 모든 대학이 똑같은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 교육부, 여당 어느 쪽도 학생과 대학의 자율과 창의가 존중되는 방식으로의 과감한 전환을 생각하지 않는다.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에서 숙의과정을 거쳐 제안하는 안을 수용할 태세다. 국가교육회의는 당연직 위원들과 민간위원들로 구성되는데 눈을 씻고 봐도 대학입시의 전문가라 할 만한 사람이 거의 없다. 있다 한들 지난 9월에 구성돼 지금까지 단 두 차례 회의를 가졌다는 국민교육회의가 불과 4개월 만에 숙의과정을 거쳐 2022년부터 적용할 대입개혁안을 만든다는 것을 도무지 믿기 어렵다. 결국 자식을 가진 부모만 애를 태우게 되고, 대입을 앞둔 모든 학생은 대입방식이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혼란 속에서 몇 달을 지내야 한다. 중3부터 고3까지 매년 다른 입시제도에 따라 대학입학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전대미문의 이 상황에 교육부는 한가하게도 공론화와 숙의만을 외쳐댄다. 교육은 가장 비정치적 분야여야 함에도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치바람을 타고 있다. 계속 이럴 것이라면 차라리 교육부를 해체하고 정부는 대학입시에서 손을 떼라.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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