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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학개론] (6) 좋은 배우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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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4 13:00:00 수정 : 2018-05-04 18: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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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이서진, 노희경-배종옥, 유호진-차태현(사진 왼쪽부터).

두명씩 짝지워진 이들 6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 명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작가, PD)과 다른 이는 출연자(배우, 출연자)이다. ‘꽃보다 여행’ 시리즈를 시작으로 나영석 PD가 만든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는 배우 이서진이 자주 출연한다. 드라마 작가 노희경 역시 매번은 아니지만 여러 작품을 배우 배종옥과 함께했다. KBS 2TV ‘1박 2일’로 인연을 맺은 차태현, 유호진 PD 역시 예능을 넘어 드라마까지 다양한 시도를 함께하고 있다.

문학비평 용어 중 ‘뮤즈’(Muse)라는 말이 있다. 대개 시나 음악, 그림 등 다양한 영역의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었던 대상을 일컫는 데 쓰인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고대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시, 음악 및 다른 예술 분야를 관장하는 아홉 여인 중 하나로 춤과 노래, 음악, 연극, 문학에 능하고 시인과 예술가에게 영감과 재능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나 PD에게 이서진은, 노 작가에게 배종옥은, 유 PD에게 차태현은 각각 그런 존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창작을 하는 이들에게는 욕구와 열의를 불타게 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것이 그들을 계속 쓰고, 만들게 하는 힘이자 원동력이다. 그들은 서로에게 좋은 파트너인 셈이다.

한번은 이서진이 나 PD가 연출한 tvN ‘삼시세끼’에 출연하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제 눈빛만 봐도 나 PD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겠다.”

서로 많은 말을 하진 않지만 상대의 제작방향과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 알아챈 뒤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서 작품의 완성도를 ‘120%‘까지 끌어올리는 사람! 이것이 진정한 뮤즈이자 창작자와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공대생이었던 남편은 대학 4학년이 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졸업 전 따두어야 했던 몇 개의 자격증 시험이 줄줄이 있었는데, 그동안 나랑 노느라 바빠서(?)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는 일단 미래를 위해 잠시 나들이를 접고, 자격증 시험에 온 신경을 초집중하기로 결의했다. 그리고 공부를 위해 날마다 도서관 새벽 출근을 감행했다. 자격증 시험은 없지만 남편을 위해 ‘새벽 도서관 공부’에 ‘기꺼이’ 동참했다. 하지만 나는 이른 새벽 기상으로 오후가 되자 몰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깊은 숙면에 빠지기 일쑤였다. 한참을 자고 난 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일어나보니 옆자리의 남편은 이미 수업에 들어가고 없었다. 이내 의지를 다지며 책으로 눈을 돌렸더니 작은 쪽지 한 장이 놓여있었다.

“요즘 같이 많이 놀지도 못하고 새벽부터 도서관 오느라 힘들지? 고맙다. 앞으로 우리 이렇게 서로 ‘빛나게’ 해주는 존재가 되자. 우리의 만남이 빛나는 만남이 되길 바라며 수업 다녀올게. 오빠가“

낯뜨겁지만 20년 전에 받은 이 쪽지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사람마다 좋은 배우자에 대한 나름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창작물을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서 끊임없이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처럼, 매번 흥미롭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함께하는 위 6명처럼 서로 끌어주고, ‘빛나게’ 해주는 존재가 좋은 배우자이자 인생 파트너가 아닐까 생각한다.

글=이윤영 방송작가  instagram.com/bookwriter7, blog.naver.com/rosa0509, bruch.co.kr/@rosa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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