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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美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타당한 요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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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4 10:00:00 수정 : 2018-04-14 15: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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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군 스텔스 전투기 F-22가 2016년 10월 서울 에어쇼에 참가해 특수기동을 선보이고 있다. 공군 제공
전략자산. 전쟁 수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목표를 타격하는 무기체계로 미국 해군 핵추진항공모함이나 핵무기 탑재 원자력 추진 잠수함, B-52H와 B-1B를 비롯한 전략폭격기 등이 해당된다.

전략자산이라는 단어는 우리나라에서 시사 뉴스를 눈여겨보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정도로 친숙하다. 지난 10여년 동안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때마다 미국 본토나 괌 기지에서 날아와 무력시위를 벌이며 북한 도발 억제의 주역으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독수리(FE)연습을 비롯한 한미 연합훈련에도 참가해 미국의 대(對)한반도 방위공약을 한국과 주변국에 인식시키는 역할을 했다. 유사시 핵무기 운용이 가능하며 북한 내륙지역을 정밀타격할 수 있어 북한이 대화 국면에 접어들 때마다 내세우는 것이 미군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중지일 정도다.

하지만 위력이 막강한 만큼 유지비용도 많이 드는 것이 전략자산이다. “한번 움직이면 달러를 하늘과 바다에 뿌리고 다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수천억 달러의 국방예산을 쓰는 미군이지만 전략자산을 자주 운용하는 것은 상당한 재정적 부담이다. 그 때문일까. 미국은 11~12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2차 회의에서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비용을 한국이 분담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미군 짓누르는 무기 운영유지비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 요구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000년대에도 미군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으나 전개비용과 관련된 논란은 없었다.

이는 현대 무기체계의 특성과 한반도 정세가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다. 냉전 시절 주로 쓰였던 무기들은 말 그대로 기계였다. 운영유지와 작전투입 과정에서 쓰이는 비용이 높지 않았다. 군사적 대치가 격화됐던 시기였던 만큼 미군이 도입한 무기 수량도 많아 규모의 경제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도 있었다. 

미국 공군 전략폭격기 B-1B가 2017년 9월 훈련을 위해 괌 앤더슨 공군기지를 이륙하고 있다. 미국 태평양사령부 제공
하지만 2000년대부터 미군이 쓰고 있는 첨단무기들은 전자제품이라 불러야 할 정도로 전자장비 비중이 높다. 국방예산 삭감으로 도입 수량도 크게 줄었다. 이는 도입 단가 폭등을 불러왔다. 미국 공군이 100대를 운영하는 B-1B 전략폭격기는 대당 가격이 4억1000만달러(4383억원)에 달한다. 21대만 생산된 B-2 스텔스 폭격기는 24억달러(2조5000억원)나 된다.

운영유지비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무기체계 운영유지비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미군도 전략자산의 운영유지비 공개를 꺼린다. 다만 미국 싱크탱크인 국방정보센터(CDI)가 2011년 분석한 2000~2010년 미국 공군 항공기 비행시간 당 운용비용 자료가 그나마 공신력 있는 자료로 평가받는다. 이 자료에 따르면 B-2는 13만5000달러(1억4400만원), B-1B는 6만3000달러(6734만원), B-52H는 7만3000달러(7800만원)에 달한다. 전략폭격기가 1시간 비행하면 중형 승용차 1대가 허공으로 사라지는 꼴이다. 함께 비행하는 공중급유기 비용까지 합치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미국 해군 핵추진항공모함 중 최신형인 조지 부시호는 건조비가 62억달러(7조4000억원), 연간 운영유지비는 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항공모함을 호위하는 이지스구축함과 군수지원함을 추가하면 비용은 훨씬 늘어난다.

미군은 지난 10여년 동안 한반도 위협이 고조될 때마다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해 대북 무력시위를 벌여왔다. 우리 군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른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여기에 한미 양국은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순환 전개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북핵 위기가 고조됐던 지난해까지 전략폭격기가 거의 매달 한반도에 전개했다. 핵추진항공모함 3척이 동해상에 나타나기도 했다. 미군 입장에서는 원래부터 비쌌던 전략자산 운영유지비를 치솟게 하는 원인이 한국에 있는 셈이다. 경제적 손익계산을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혜자 부담 원칙’을 앞세워 한국에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을 압박할 필요성을 느꼈을 대목이다.

미국 해군 핵추진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승조원들이 갑판에서 함재기 이함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 해군 제공
◆타당성도, 현실성도 없는 협상 카드용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비용 청구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방위비분담금은 1991년부터 지속되어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 협정(SMA)에 의해 결정된다. 군사건설, 군수지원, 한국인 군무원 인건비 등에 쓰이는 방위비분담금의 범위는 주한미군 주둔에 필요한 비용으로 한정된다.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방위비분담금에 포함하려면 전략자산이 한국에 주둔해야 한다. 전 세계를 무대로 작전을 펼치는 전략자산이 한반도에만 머물게 되면 전략자산의 효용성과 존재 의의를 상실하므로 미국이 전개비용 청구를 위해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상시 배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의 군사기밀이 한국에 유출될 수도 있다.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한국에 청구하려면 전략자산 운용인력 인건비, 외주 용역업체에 지불하는 비용, 비행 후 정비비용, 연료비 등 세부 항목을 공개해야 한다. 전문가가 분석한다면 전략자산 운용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청구서를 내밀었다가 비밀을 들킨다면 그것이 더 손해다.

비용 산정 자체도 문제다. 비용이라는 단어에는 많은 요소들이 포함되거나 빠질 수 있다. 산정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비용이 치솟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미국 정부의 판단에 의해 전개한 전략자산도 한국이 비용을 분담해야 하는지, 전략자산이 한국을 거쳐 일본에서 자위대와 훈련을 한 뒤 복귀하면 어디까지 한국이 분담해야 하는지를 정해야 한다. 이 문제를 논의할 경우 협상 자체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공전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지난해 9월 7일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 부지에 반입된 사드 발사대가 사전 설정된 위치로 이동하고 있다. 성주=연합뉴스
사드 비용도 협상 과정에서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통해 한미 동맹 관계에서 한국이 더 많은 안보 부담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지난해 4월에는 “사드 배치 비용으로 10억 달러(약 1조1300억원)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10억달러가 추가되면 방위비분담금은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나야 한다. 미국이 지난달 SMA 협상에서 지금보다 두 배 가까운 규모로 방위비분담금을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한 대목과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미국이 강력하게 압박할 경우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 주둔중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 비용 중 일부는 방위비분담금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13일 “사드 기지가 한국에 세워진 이상 기지 보수, 유지는 방위비 분담금 군수지원 파트가 해당되면 고려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군수지원은 미군의 탄약 저장과 항공기 정비, 수송, 물자지원 비용이 포함되며 현물로 지원된다. 이는 사드 기지에 공급될 일반 군수물자와 기지 내 탄약 관리 용역비용을 한국측이 부담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막사와 환경시설 등 군사건설비에서도 추가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 사드 기지는 성주골프장 클럽하우스와 숙소 등을 활용하고 있지만 미국 육군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만큼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오폐수 시설과 사드 미사일 보관 시설 등도 확충해야 한다. 

미국 공군 전략폭격기 B-1B와 한국 공군 F-15K 전투기가 지난해 7월 한반도 상공에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 공군 제공
방위비분담금 증액이 어려울 경우 주한미군이 집행하지 않은 방위비분담금을 사드 기지 비용에 전용하는 것을 묵인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2015년의 경우 군사건설비 현물지급분으로 정한 3650억원 중 341억원이 다음 해로 넘어갔다. 현금 역시 2002~2017년 누적 불용액이 3292억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측은 미집행된 방위비분담금을 주한미군이 기지이전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왔다는 점에서 미집행분 일부를 사드 기지 운영비에 사용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국방부가 주한미군 사드 배치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원칙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남아있다.

종합해보면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은 방위비분담금을 대폭 증액하려는 미국의 협상카드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려 해도 1991년부터 이어져온 방위비분담금 협상의 틀을 깨지는 못한다. 다만 사드 기지 운영비용은 미국이 한국에 가능한 많은 비용을 분담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동맹국의 안보부담을 늘리려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한국과의 협상에서 가시적인 결과를 얻어야 다른 우방국들에게도 안보부담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할 수 있다. 운영유지비 압박과 대테러 전쟁 비용 증대에 시달리는 미군 입장에서도 한국의 재정부담 증액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방위비분담금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한미 양국의 줄다리기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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