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차 한잔 나누며] "흙비도 정화과정 거치면 생활용수로 쓸 수 있어"

관련이슈 차 한잔 나누며

입력 : 2018-04-16 10:18:59 수정 : 2018-04-16 10:18:5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빗물박사’ 한무영 서울대 교수/3~7일 보관하면 먼지 입자 침전/수돗물 원수 강물보다 되레 깨끗/일반 가정선 비 받아쓰기 어려워/
옥상 ‘빗물저금통’ 등 대안 모색을/물관리의 핵심은 ‘공동체 의식’/물부족 해결법 다함께 고민해야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하늘에서 내리는 비도 최근에는 연일 ‘흙비’였다. 흙비는 대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 입자가 빗방울과 뒤엉켜 떨어져 내리는 것이다. 흙비가 내리는 날에는 외출도 삼가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이런 흙비를 정수해 ‘저금통’에 넣어두었다가 유용하게 꺼내 쓰자는 ‘빗물박사’가 있다.

지난 5일 서울대 건축환경공학부에서 만난 한무영(62) 교수. 한 교수는 “먼지비나 흙비도 정화과정을 거치면 가정의 생활용수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7년 넘게 빗물을 연구해 온 빗물 전문가다. 2001년 서울대에 빗물연구센터를 설립하고, 빗물 관련 저서만 12권을 펴냈을 정도다.

‘빗물 박사’로 불리는 한무영 서울대 교수는 “미세먼지가 섞인 먼지비도 정화과정을 거치면 가정의 생활용수로 쓸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한 교수가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옥상에 설치된 빗물저금통의 물로 손을 씻는 모습.
남정탁 기자
한 교수는 “먼지비나 흙비를 정화하는 방법은 간단하다”며 “하늘에서 내린 빗물을 받아 3∼7일 정도 보관해 두면 미세먼지 입자들이 대부분 가라앉는다”고 설명했다. 가라앉은 침전물을 제외한 물은 깨끗하다는 것이다. 그는 “수돗물의 원수인 강물도 알고보면 빗물이 모인 것”이라며 “강에 모인 빗물은 여러 경로를 거쳐 유입된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먼지를 머금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가정에서 빗물을 받아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것은 어렵다. 한 교수는 ‘빗물저금통’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건물 옥상에 빗물을 저장하는 빗물저금통을 설치하고, 배관(홈통)을 통해 가정에서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는 “옥상이 있는 건물에서는 빗물저금통에 물을 받은 뒤 홈통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며 “빗물저금통은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옥상이 아닌 실내공간이나 지하주차장 등에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빗물저금통은 보급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우리 나라 수돗물의 가격이 워낙 저렴해 굳이 빗물저금통을 설치하려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빗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빗물저금통을 설치하는 가정이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한다. 일종의 ‘빗물거래제’를 도입하자는 얘기다.

한 교수가 이처럼 빗물 활용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나라는 여름철에 강수량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 도시는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빗물이 강이나 바다로 잘 빠져나가도록 설계됐다”며 “그러다 보니 빗물 활용도가 전체 강우량의 25%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의 물부족 현상은 빗물을 잘 활용하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30년 뒤에는 30억t의 물이 부족하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이것은 우리나라 연간 평균 강수량인 1276억t의 2.5%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물 관리의 철학으로 마을을 뜻하는 ‘洞’(동)을 강조했다. “‘마을 동(洞)’은 ‘물 수(水)’와 ‘한가지 동(同)’이 모여 만들어진 글자입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이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물입니다. 그 물은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함께 지켜가야 합니다. 오늘날 인류에게 닥친 물부족 현상을 함께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빗물을 활용하는 데 있습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