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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청년 ‘오늘 때움’ 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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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3 19:28:45 수정 : 2018-04-13 19: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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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면 돼?” 정부가 청년들을 벽에 몰아세우고 묻는다. 얼마면 중소기업에 갈 거냐고.

지난달 15일 정부는 연 1035만원이라는 당근을 내놓았다. 일자리 정책을 통해 중소기업 정규직 신입사원에게도 대기업 수준의 실질소득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경차 1대, 스마트폰 10대…. 언뜻 생각해도 굉장한 액수다. 표면적으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평균 연봉 차인 130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말 이 돈이면 청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김청윤 편집부 기자
1년 넘게 취업 준비를 하는 후배에게 물었다. 대기업에 안 가도 국가와 기업이 도와 목돈을 마련해 준다는 이야기를 하자 대번에 얼굴을 붉힌다. 나중에 들어보니 내심 무시받는 느낌이 들었단다. 청년들의 마음이 대부분 이렇다. 자신은 대기업에 들어갈 유능한 인재임에도 과잉경쟁이나 불공정 때문에 취업이 안 된다는 것이다. 전제 자체가 이러니, 정책에 ‘중소기업에 취직하면’이라는 조건이 달린 이상 관심 밖이다. 청년들은 정부의 취업 정책 브리핑을 들을 시간에 대기업의 공채 경쟁률과 채용비리 기사에 댓글을 단다. 청년이 호응하지 않는 청년 일자리 정책은 본래의 취지를 잃을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 지원금은 중소기업 취업을 독려하는 유인책이 아니라 어쩌다 중소기업에 입사해 보니 통장에 들어온 ‘웬 떡’이 돼 버린다.

물론 ‘웬 떡’이라도 퇴직 때까지 매달, 매년 준다면 엄연한 정기 급여다. 청년들이 생각하는 대기업만큼의 소득 보장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정부안에는 지속성이 빠져 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3년, 소득세 감면은 5년 시한부다. 전체 직장생활의 10%도 안 되는 기간이 지나면 대기업과의 격차는 현실로 다가온다. 오히려 임금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사내 복지의 차이는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미래는 담보되지 않고 박탈감은 예정돼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청년들이 대기업을 제쳐두고 중소기업에 원서를 넣어주기를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청년들의 대답은 “얼마를 줘도 중소기업엔 안 가”이다.

취업준비생의 마음은 요지부동인데 의도치 않게 재직자의 마음은 동요한 듯하다. 졸지에 후배보다 연봉 1035만원이 낮은 선배가 돼 버린 것이다. 정부가 이 불만을 잠재운다고 정책 발표 20일 만에 34세 이하의 재직자에게도 지원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들어가는 혈세까지 고스란히 얹어 4월 임시국회에 던져진 추경 규모가 4조원에 달한다. 이쯤 되면 이 정책의 목적이 일자리 창출인지 복지인지 헷갈린다.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야권에서 난색을 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군다나 10여년을 근속하고도 연봉 1000만원이 채 오르지 못한 34세 이상 재직자와 계약직의 얼굴은 여전히 좋지 못하다.

이번 일자리 대책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정책은 입사 3년 만에 3000만원을 만들어준다는 청년내일채움공제다. 말 그대로 청년의 내일을 채워 주고자 하는 목적일 것으로 안다. 청년의 내일은 3년도 5년도 아니다. 또 채워 줘야 할 부분도 돈뿐만이 아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인생의 모토로 삼는 오늘날의 청년들은 복지와 개인생활을 급여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의 일회성 현금 지원 정책은 마치 청년들에게 오늘만 때우고 넘어가라고 말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김청윤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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