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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노트] 출판사 소외된 ‘수업목적보상금’… 소관부처 문체부는 그저 뒷짐만

입력 : 2018-04-14 03:00:00 수정 : 2018-04-13 20: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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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주변에는 복사 가게가 즐비하다. 국내 서적은 물론 외국 서적을 무단으로 복사하는 곳이다. 이처럼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집단적 복사 행위를 일일이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학생들 입장에서 대개 학습서 복사는 절실할 수밖에 없다. 적게는 몇 만원 하는 책을 20~30%의 값으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빠듯한 학비에 값싸게 구할 수 있는 학습교재는 가뭄에 단비와도 같다. 책을 만들어내는 출판사가 아무리 아우성쳐도 대학 당국이나 정부 당국은 “어쩔 수 없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런 대학가 현실 때문이다.

그래서 전국 400여개 대학은 학생 1인당 1200~1300원씩 쳐서 연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복사전송저작권협회(협회)’에 지급했다. 손해보는 돈의 일부라도 보상받도록 한 조치였다. 이를 ‘수업목적보상금’이라 칭한다. 관련 법 규정은 저작권법 62조 2항이며, 현재 협회에는 수십억원이 쌓여 있다고 한다. 애초 이 법은 1986년 전두환 정권 시절 성안되었으나 실제 집행되기는 2014년부터였다. 그동안 사문화된 법이다.

정승욱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그런데 문제는 이 법 규정이다. 보상금 지급을 저작권자, 즉 저자에게만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실제 책을 만들어 낸 출판권자, 즉 출판사는 보상에서 배제되었다. 책에 대한 권리는 저자는 물론 출판사에도 있는데도, 법 규정은 유독 저자의 권리만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콘텐츠를 생산한 저자의 권리는 당연히 보호받아야 마땅하지만, 책을 출판한 출판사 역시 일정 부분 인정받아야 한다. 같은 법에는 또 도서관이 지급하는 보상금은 출판사와 저자에게 모두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같은 법이지만 각각 달리 규정되어 있다.

저작권법 전문가도 “왜 그렇게 법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법 성안 당시 공무원이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만 답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윤철호)는 지난달 관련 출판 단체들과 함께 시위를 벌이며 이 같은 ‘말도 안 되는’ 법규 정비를 요구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수백개 출판사의 권익 보호에 팔을 걷어붙여야 할 문화체육관광부는 잠잠하다. 알고도 잠잠한 건지, 법 존재 자체도 모르는 건지, 아니면 그저 복지부동인지. 만시지탄이나마 잘못된 법 규정을 고치도록 문체부는 다방면의 의견을 수렴해 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정승욱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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