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한 자쯤 없는데
언 땅을 끌고 다녔다
손목도 한 자쯤 없는데
배를 밀며 불쑥 내 앞으로 왔다
히말라야 문턱들을 너머 철둑길을 넘어
고무 받침 아랫도리
앉은뱅이꽃
이른 봄 버스 정류장 근처
차갑기는 햇볕이나 길바닥이나 매한가진데
따갑기는 또 사람의 눈빛만 한 것 없는데
눈치 없는 해맑은 꽃
불쑥 낯을 내미는 데
화들짝 뒤로 물러나 세세생생 나는 무사하다
-신작시집 ‘그 밖은 참, 심심한 봄날이라’(천년의시작)에서
◆ 고명자 시인 약력
△서울 출생 △2005년 ‘시와 정신’으로 등단 △제1회 전국 계간지 작품상 수상 △시집 ‘술병들의 묘지’
△서울 출생 △2005년 ‘시와 정신’으로 등단 △제1회 전국 계간지 작품상 수상 △시집 ‘술병들의 묘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