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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벼랑에 선 한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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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2 23:41:45 수정 : 2018-04-13 00: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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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펄 벅. 어릴 때 중국에 가 18세 때까지 살았다. 소설 ‘대지’, ‘서태후’, ‘동풍·서풍’은 중국을 배경으로 한다. 역사학자 존 K 페어뱅크. 서구의 1세대 동양사학자로, 1930년대 칭화대학에서 강의했다. 하버드대 첫 중국사 교수인 그의 ‘동양문화사’는 지금도 고전이다. ‘중국의 붉은 별’을 쓴 에드거 스노. 22세 때 중국에 가 12년 동안 기자 생활을 했다. 마오쩌둥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들의 대표작은 1000만부 이상 팔렸을 베스트셀러다. 하버드대에 옌칭연구소가 만들어진 1928년은 그즈음이다. 그들 작품은 동방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의 맥을 잇는다.

‘해 뜨는 동방’. 우리나라는 이에 포함되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학문 영역에서는. 아놀드 J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를 보면 실상이 훤히 드러난다. 인류 역사에 나타난 21개 문명. 동아시아에는 3개가 있다고 했다. 중국 진·한 시대의 문명, 몽골·만주제국의 문명. 나머지 하나는 동아시아 문명의 일본 분파다. 한국은 없다. ‘역사의 연구’ 어디를 들쳐 봐도 한국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식민지 한반도, 독립 후에는 가난에 찌든 나라. 쳐다보기라도 했을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하버드대에 한국학연구소가 만들어졌다. 올해로 31년째다. 이제 ‘한국 연구’의 불이 댕겨진 걸까. 우리 역사를 아는 외국인은 얼마나 될까. 한국학연구소는 아직도 옌칭연구소의 귀퉁이를 차지할 뿐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역사를 말했다. “한반도는 원래 중국 역사”라고. 고개를 끄덕인 ‘무지한’ 미국 대통령을 원망해야 하나.

존스홉킨스대가 다음달 한미연구소(USKI) 문을 닫기로 했다. 해외 한국 연구자들은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한국이 연구소 문을 강제로 닫게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글로벌 참사다.” 존스홉킨스대의 폐쇄 결정에도, 트위터의 글에도 ‘자유로운 연구’에 족쇄를 채우려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분노가 묻어난다. 알량한 지원금 20억원에 한국학은 ‘땅에 떨어진 벚꽃’ 신세로 변하게 생겼다. 걱정스럽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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