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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 파도소리마저 담고 싶어라

입력 : 2018-04-12 10:00:00 수정 : 2018-04-11 21: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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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흰여울문화마을과 절영해안갈맷길 / 바닷가 절경 품은 추억의 골목길 등 몽환적 느낌 선사 / 영화 촬영·출사지로 유명… ‘부산의 산토리니’로 불려
절영해안갈맷길 무지개다리 위쪽에서 내려다본 바닷가 갈맷길 전경.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전국 걷기 좋은 52개 해안누리길 중 5선에 든 절영해안갈맷길의 출발점은 부산 흰여울문화마을 초입이다. 대형 교량이 4개나 생기면서 섬이지만 섬이 아닌 곳으로 변한 부산 영도구 흰여울마을은 남항동과 영선동에 걸쳐 있다.

흰여울마을은 영도와 서구 송도를 잇는 남항대교 인근 남항동3가에서 영선동 이송도전망대(흰여울전망대)까지 1㎞여 구간에 형성된 피란민촌이다. 지난 9일 이곳을 찾아 해안 산책로를 따라가며 바다와 배가 만나는 수평선 너머에서부터 밀려오는 파도 소리와 얘기를 나누었다. 옛 주택가 골목길에서 어릴 적 추억을 어루만지다 보면 모든 상념과 피로가 사라진다.

흰여울마을은 흰여울길 1번 입구인 맏머리골목에서 출발하면 좋다. 절영해안갈맷길을 곧장 가려면 남항대교 인근 바닷가 갈맷길 출발지점으로 접어들면 되지만 어느 곳에서 출발해도 중간중간 아래위를 연결해주는 계단이나 골목길이 있기 때문에 불편은 없다.

1번 입구로 들어가다 보면 금방 바다와 맞은편 송도해수욕장의 조망이 가능한 블루즈홀릭카페가 나타난다. 차 한잔하며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

카페를 출발하면 곧이어 바닷가 갈맷길로 내려갈 수 있는 첫 번째 맏머리계단이 보이고, 좌측에 옛날식 작은 가게인 흰여울점방이 눈에 띈다. 흰여울마을이 본격화하는 느낌이다. 점방골목 안쪽으로 올라가면 두레박샘과 두레박쉼터가 설치돼 있어 잠시 주변을 감상하며 숨을 돌릴 수 있다.

영화 ‘변호인’ 촬영지로 주목받은 단독주택.
입구에서 340 지점에 흰여울안내소와 영화 ‘변호인’ 촬영지로 유명한 단층 주택이 자리 잡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인 변호인(송강호 분)이 변호해줄 사람을 구하려고 영도의 허름한 집을 찾아오는 신을 찍은 곳이다.

전북 익산에서 이곳에 놀러 온 차소영(31·여)씨는 “남자친구랑 같이 왔는데 옛날 주택가 골목길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고 왔는데 주택마다 색깔도 다르고 여느 관광지에서는 못 느끼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골목 위 흰여울길로 올라가면 소리공작소와 자그마한 흰여울관리사무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흰여울길은 옛날 영도 한복판에 우뚝 솟은 봉래산 기슭에서 큰비가 오면 여러 갈래의 새하얀 물줄기가 골짜기를 따라 바다로 굽이쳐 내릴 때 그 모습이 마치 흰 물보라가 이는 물살의 모습과 같다 하여 유래한 이름이다. 이곳에서 보이는 바다 건너편 서구 암남동 송도를 제1송도라 하고, 마주 보고 있는 이곳 흰여울길 일대를 제2송도라 칭했다.

흰여울길에서 보는 바다는 가히 몽환적이다. 바다와 배,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수평선 너머로 시선을 두면 세상사의 모든 시름을 잊고 스스로 황홀경에 빠지는 착각을 일으킨다.

이곳은 1970년대 시간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뛰어난 절경으로 변호인, 범죄와의 전쟁 등 수많은 영화 촬영지가 됐다. 해안 절경의 골목길 때문에 ‘부산의 산토리니’로 불리며 사진 찍기 좋은 출사지로 유명하다.

한 해가 시작되는 새해 자정에는 마을 앞바다 묘박지에 정박한 선박 수십 척이 일제히 ‘붕∼∼∼’하고 1분 동안 경적을 울린다. 바다 안개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가 신비롭다.

절영해안갈맷길 출발지점 인근에서 38년째 사는 주민 윤종택(70)씨는 “68년 전 한국전쟁 때 피란민들이 몰려와 터를 잡은 마을은 몇 년 전 흰여울문화마을로 지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화장실 등 여건이 안 좋았는데 요새는 동네도 깨끗해지고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으니 사람 사는 동네 같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절영로 하늘전망대에서 20대 여성 관광객 2명이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있다.
부산=전상후 기자
소리공작소를 지나 태종대를 향해 뻗은 흰여울길을 따라가다 보면 무지개골목, 바다쉼터, 시온공방, 송천갤러리, 담장길을 차례로 만난다. 흰여울마을 끝자락에는 흰여울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는 서쪽으로 송도해수욕장과 송도해상케이블카, 암남공원, 형제섬을 조망할 수 있다. 곧장 아래쪽에 설치된 피아노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절영해안갈맷길과 만난다.

이곳에서부터는 본격적인 바닷가와 위 절영로를 오르내리는 천혜의 해안산책로가 태종대까지 9㎞ 정도 이어진다. 피아노계단 아래쪽 흰여울마을 끄트머리 절영갈맷길을 따라 좀 더 가면 올해 초부터 폭 4, 길이 70 규모의 터널공사가 한창이다. 이 터널이 올해 말 안에 완공되면 계단을 올라가 우회할 필요 없이 바닷가로 쭉 걸을 수 있는 갈맷길이 뚫리게 된다.

흰여울전망대에서 다시 오른쪽 길로 내려가 바닷가에 형성된 갈맷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해안 풍광이 예사롭지 않다. 수십 년은 자란 듯한 꾸불꾸불한 해송이 순간순간 시야를 가리는가 싶더니 금방 붉은 야생 복사꽃이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저 아래 바닷가에는 어디서 밀려왔는지 수많은 물결이 부닥치며 흰색 거품을 만들어내곤 한다. 드디어 바다다. 바람이 너무 강한 탓일까. 손글씨로 쓴 ‘해녀촌’ 푯말을 따라 눈길을 돌려보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멀리 바다 한가운데 묘박지에 점점이 떠 있는 크고 작은 컨테이너선들도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갯바위엔 진주담치와 오백이가 새까맣게 붙어 있다.

돌탑을 지나 1㎞ 이상 펼쳐진 왕자갈과 갯바위, 파도 소리를 벗 삼아 걷다 보면 금방 무지개다리, 대마도전망대를 만난다. 이곳에서 윗길 절영로를 향해 계단 300개를 오르면 최고의 조망을 자랑하는 하늘전망대에 오른다. 여기까지 두 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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