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행성게임의 폐해-상] "엄마 몰래 결제했는데 또 꽝이네" 게임 아이템 확률 뻥튀기 논란

입력 : 2018-04-14 13:00:00 수정 : 2018-04-14 15:40:2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상당수 부모들이 사행성 게임에 빠진 자녀들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모바일게임 결제한도 규정이 없어 아이들이 원하는 게임아이템을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결제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초등학교 학생이 1500만원, 여고생이 4000만원을 확률형 아이템에 사용한 사례가 있다"면서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이라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예고된 '바다이야기'"라고 밝혔다.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계속 돈을 투입하는 뽑기 구조인 확률형 아이템의 도박성, 중독성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게임머니 또는 게임포인트 소모를 대가로 다양한 아이템을 확률에 따라 랜덤으로 제공하는 아이템으로 '복불복 아이템'으로도 불린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확률형 아이템을 '게임 속 대표적인 사행성 요소'로 명시해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게임업계는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에서 조차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하면서 과금을 유도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확률형 아이템에서 게이머들이 원하는 아이템을 얻는 게 '하늘의 별따기' 수준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게임업계는 '꽝'이 없어 도박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게이머들은 거금을 들여 뽑은 아이템이 일반 등급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실상 '꽝'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모바일게임은 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에도 PC게임과 달리 결제한도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자제력이 약한 청소년들이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때까지 계속해서 결제를 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청소년들이 부모 명의를 이용해 게임에 접속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자녀가 부모 신용카드로 몰래 유료 아이템을 결제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5년 게임 과몰입 종합실태'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20.5%, 중학생의 46.7%, 고등학생의 55.2%가 유료 아이템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측면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PC온라인 게임의 경우 성인은 50만원, 미성년자는 7만원으로 한 달 결제 한도가 정해져 있다.

게임업계는 게임산업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이마저도 결제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바일 게임 결제한도를 게임업계가 스스로 제한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 사이 미성년자를 자녀로 둔 부모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소비자상담 중 모바일게임서비스 관련 상담 건수가 전년 동월 대비 50.3% 증가한 233건으로 나타났다. 주요 상담내용 중에는 미성년자가 결제한 게임 취소로 인한 환급 요구가 많았다.

전자상거래 관련 상담에서도 모바일게임 서비스는 전년 동월 대비 172.3% 증가한 177건이 이뤄졌다. 이로 인해 전자상거래 유의품목 3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모바일게임, PC게임과 달리 결제한도 규정 없어

게임업체들이 '현질'(현금을 써서 게임 아이템을 사는 행위) 아이템 확률을 거짓으로 알렸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그러나 넥슨 등 업체는 공정위 제재가 업계에서 통용되는 표현을 다르게 해석한 탓에 발생했다면서 법적 대응 등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로 넥슨코리아·넷마블게임즈·넥스트플로어 등 3개 회사를 적발, 시정·공표명령과 함께 1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과태료를 부과했다고 최근 밝혔다.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규모는 넥슨코리아 9억3900만원, 넷마블게임즈 4500만원이다. 특히 넥슨코리아 과징금은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서 역대 가장 높은 금액이다. 넥슨코리아가 위법행위와 관련해 올린 매출액인 '관련 매출액'에 의거해 과징금이 산정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과징금 외에도 3개 회사에 과태료 총 2550만원을 부과했다. 이들은 게임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보를 허위로 표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넥슨코리아는 2016년 11월 게임 '서든어택'에서 '연예인 카운트' 아이템을 개당 900원에 판매했다. 이는 아이템을 구매해서 나오는 퍼즐 조각 16개를 모두 모아야만 가치가 있는 상품이었다. 넥슨코리아는 이 퍼즐 조각을 '랜덤으로 지급한다'고 표시했지만, 일부 퍼즐 확률은 0.5∼1.5%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구매자로선 각 퍼즐조각의 확률이 같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넷마블게임즈는 2016년 5∼6월 야구게임 '마구마구'에서 성능이 좋지만 출현 가능성이 0.01%에 불과한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구매자를 기만했다. '장비카드 확률 상승 이벤트'를 하면서 희귀 아이템 출연 확률이 10배 상승한다고 표시했지만, 실제로는 3.3∼5배에 불과했다.

'모두의 마블'에서는 특정 캐릭터를 이벤트 기간에만 획득할 수 있는 한정판이라고 표시한 뒤 실제로는 수차례 반복해 제공했다. '몬스터 길들이기'에서는 0.0005∼0.008%에 불과한 아이템 출현 확률을 1% 미만으로 표시해 판매했다.

넥스트플로어는 '데스티니 차일드'에 획득 확률이 0.9%였지만, 1.44%로 표시했다가 적발됐다. 이 회사는 아이템 할인 판매를 일시적으로만 한다고 광고한 뒤 상시화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사행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확률형 아이템을 적발하고, 역대 최고 수준 과징금을 부과했다"며 "소비자 구매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는 정확하게 표시할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넥슨코리아 관계자는 "퍼즐 이벤트는 연예인 아이템에 부가적으로 들어가는 무료 혜택으로, 이 확률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며 "'랜덤'이라는 문구 자체도 퍼즐마다 상이한 확률을 전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과징금 부과 산정 기준에 있어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 행정소송을 포함한 법적대응에 대해 내부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넷마블 측도 "과거 3개 게임에 대해 착오가 있었던 부분에 대해선 이용자들에게 이미 사과공지를 하고 개선했다"면서 묘한 여운을 남겼다.

◆확률형 아이템의 유혹에 빠진 게임업계…콘텐츠의 질은?

업계에서는 게임업체들이 캐시카우(Cash Cow)인 확률형 아이템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 천편일률적인 모바일게임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비슷한 게임과 과금방식에 지친 게이머들이 등을 돌리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캐시카우란 시장 점유율이 높아 꾸준한 수익을 가져다 주지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낮은 산업을 말한다.

한국콘텐츠 진흥원이 발간한 '2016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매출기준 2014년 2조9136억원을 기록하면서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몇 년 내로는 PC게임을 넘어 게임시장에서 점유율 50%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국내 게이머들은 "출시되는 모바일게임이 거의 비슷해 이제 식상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모바일게임 과금방식이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비슷한 게임방식, 아이템·캐릭터 능력치 강화라는 틀을 대부분 사용해 반복해서 불만이 터져나온다. 국내 모바일게임 커뮤니티를 살펴봐도 게이머들은 과도한 결제 유도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