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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철권통치자들의 ‘일허일영 외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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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10 23:30:44 수정 : 2018-04-10 23: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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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시진핑·푸틴·아베… / 자국이익 위해 거리낌없는 행보 / 스트롱맨들의 각축장된 한반도 / 넋놓고 구경땐 ‘운전대’ 못잡아 세계에 이른바 ‘철권통치자’만 보이는 형국이다. 이들은 자기 나라 이익에 강한 집착을 보이며 함부로 대하기 힘든, 때로는 공포스러운 리더십을 갖췄다. 군사력 등 동원 가능한 온갖 ‘파워’에 의존하며 거리낌 없이 이웃나라에 피해를 주면서도 오랜 기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도무지 눈치라고는 없어 보이며 생각나는 대로 언행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언제 어디서나 지나치게 자신만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승리를 자신하며 “내 임기는 7년 남았다”고 하는 말은 새로울 것도 없어 거부감도 안 든다. 탄핵이 우려될 정도로 심각하고 잦은 성추문과 정제되지 않은 발언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도 그는 특유의 표정으로 그런 상황을 즐기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겉모습이 전형적인 의뭉스러운 대륙인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큰 소원 하나를 풀었다. 장기집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첫걸음을 뗀 것이다. 시 주석은 최근 끝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5차 전체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다시 뽑혔다. 탄력받은 그는 국가주석을 세 번 연임하는 것을 막고 있던 법안을 폐지하는 개헌안도 통과시켜 종신집권까지 바라볼 수 있는 토대를 다졌다.

러시아에는 대통령을 할 사람이 이 사람밖에 없어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최근 대선에서도 80%에 육박하는 표를 ‘흡입’하며 네 번째 집권을 해냈다. 2000년 제3대 러시아 대통령으로 세계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한 푸틴은 한겨울 눈밭에서 ‘몸짱’임을 과시하는 것조차 세계 언론의 관심을 끌 정도로 러시아에서 그를 대항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잘 나가다가 최근 ‘사학 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예상치 못한 곤욕을 치르면서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안팎에서 “끝난 것 아니냐”라는 평가를 받지만 호시탐탐 극적인 반전과 반등을 노리며 ‘전쟁 가능 국가로의 개헌’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들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이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많다. 누가 봐도 ‘독특함의 절정’인 트럼프 대통령 경우 설문조사를 하면 50%의 지지율이 나올 정도다.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정치적 행사가 지금이 21세기가 맞나 의심될 정도로 ‘만장일치’라는 화려한 조명을 받게 된다. 반대세력을 칼과 총으로 무자비하게 숙청하고 탄압하며 정권을 유지하던 20세기 독재자들과 21세기 철권통치자들은 뚜렷하게 비교가 된다. 자국민끼리 똘똘 뭉쳐 외부 위험에 맞서면서 다른 나라를 능가하는 경제성과 및 정치적 안정을 앞세우며 안정적으로 국가를 이끌어갈 적임자임을 국민 귀와 눈에 반복 또 반복한다. 국민은 홀린 듯 일말의 반감조차 자연스레 희석하게 된다.

이상혁 국제부장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WEF)이 정치·경제 전문가 1000명을 대상으로 2018년 최대 글로벌리스크가 무엇이 될지를 물어봤다. 설문조사 결과 세계를 휘젓는 철권통치자들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정치적 갈등 요소가 올해 최대 글로벌리스크로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주요 강대국들이 포함된 전쟁과 관련된 리스크도 점차 부각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철권통치자들의 외교전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미국 우선주의는 이미 중국, 일본, 러시아, 터키, 필리핀 등에서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폭주하는 비난과 경고에도 핵과 미사일 도발을 끊이지 않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이들끼리 벌이는 외교전에 합류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치킨게임’인 것 같더니 시진핑 주석과 아베 총리, 푸틴 대통령까지 다 뛰어들다 보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이달에 남북, 다음달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독한 철권통치자들이 압도하는 외교무대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허일영(一虛一盈·있는가 하면 없고 없는가 하면 있어 헤아리기 어려움)을 ‘한반도 운전자’임을 자처하는 우리가 ‘방관자’인 양 그저 넋 놓고 구경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상혁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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