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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처벌 솜방망이" vs "피해자 양산"…'비동의 간음죄 신설' 논란

입력 : 2018-04-10 19:16:01 수정 : 2018-04-13 14: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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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의 간음죄 명문화’ 당정 간담회 찬반 팽팽
정부가 강간죄 성립 요건을 현행보다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무부는 상대방 동의 없이 성행위를 할 경우 처벌하기 위해 형법에 ‘비동의 간음죄’를 새로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10일 전해졌다. 자칫 범죄 성립 여부가 지나치게 광범위해질 수 있다는 법조계 우려가 커서 명문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여성가족부, 법무부는 국회에서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 관련 당정 간담회를 열고 강간죄 성립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 이금로 법무부 차관도 참석했다.

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법무부 측이 현행 강간죄 성립 요건이 까다롭다는 지적에 동의했다”며 “법무부에서 ‘비동의 간음죄’ 신설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 의원은 “법무부는 비동의 간음죄의 구체적인 신설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며 “실제 비동의 간음죄 도입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도 피해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이뤄진 간음도 강간죄로 처벌하도록 하는 등 성범죄 성립 요건을 완화하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최근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 속에 여성계를 중심으로 현행 강간죄 성립 요건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범죄 성립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실제 가해자를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폭행’과 ‘협박’ 요건은 형법 제333조의 강도죄 수준과 같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해 강간 피해를 호소한 20∼64세 여성 124명을 상대로 한 상담 사례를 분석한 결과 상담건수의 절반가량인 54건(43.5%)이 현행 강간죄의 폭행·협박 요건에 미치지 못했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강간죄와 강도죄의 법정형이 3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동일해 두 죄목의 폭행과 협박 요건을 동일하게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동의 간음죄가 신설될 경우 무고한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강간죄 입증 책임은 검찰 측에 있는데 명백한 증거가 없을 경우 피해자 진술만으로 동의 여부가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보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할 때 피고인으로서는 동의를 입증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윈앤윈 장윤미 변호사도 “동의 여부는 객관화하기 어려운 지표라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법안을 정밀하게 가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입법을 통해 성범죄 성립 요건을 낮춰야 하는지에 대한 지적도 있다. 김성룡 교수는 “대법원 판례를 통해 강간죄의 경우 폭행이나 협박의 성립 요건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법이 도입되더라도 피해자 진술만으로 성관계 동의 여부가 결정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2016년 주한미군에 배속된 한 한국인 사병(카투사)이 미 여군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피해자 동의 여부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가해자가 성관계 도중 “강간하고 있는 것이냐”라고 물었고 피해자가 “그렇다”고 답하자 관계를 중단한 사건이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관계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피해자 진술만으로 강간죄가 성립될 확률은 높지 않다”며 “가해자가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미리 인지했는지 등 재판부가 여러 정황을 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염유섭·배민영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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