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차 한잔 나누며] “문화콘텐츠 창작무대, 지방이 더 경쟁력 높아”

관련이슈 차 한잔 나누며

입력 : 2018-04-08 20:34:42 수정 : 2018-04-08 21:31:0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김준한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장 / ‘엄마까투리’ 애니메이션 큰 성공 / 지역 밀착형 콘텐츠의 힘 보여줘 / 고장마다 아름다운 이야기 천지 / ‘왕의 나라’ 등 역사뮤지컬도 인기 / 수도권 밀집 창작공간 지방 이전 / 크리에이터들 창업 지원 따라야
김준한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장은 “문화콘텐츠는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언제 어디에서든 창작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도권보다 지방이 더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로미오와 줄리엣, 인어공주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성공한 문화콘텐츠는 훌륭한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도 지방마다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천지빛갈’입니다. 이는 뛰어난 문화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성공을 거둔 ‘엄마까투리’ 캐릭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준한(70)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장을 최근 안동에서 만났다.

엄마까투리는 국내외 5개방송사에서 방영된 데 이어 전 세계 15개국 24개 방송사와 방영협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초등학교 국정교과서에 수록된 데 이어 ‘2017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대통령상, ‘2017 베스트 인성 클린 콘텐츠 애니메이션’부문 대상, ‘대한민국 토이어워드 특별상’을 받는 등 국내 최고 품질의 콘텐츠임을 입증받았다.

그는 “엄마까투리 애니메이션은 지역 밀착형 콘텐츠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엄마까투리는 무엇보다도 인류보편적 가치 중 가장 진솔하고 감동적인 모성애를 담고 있는 원작이 가진 스토리의 힘과 2분 분량도 안 되는 내용을 52편으로 만들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제작자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엄마까투리는 2007년 세상을 떠난 안동 출신 동화작가 권정생의 작품이다. 또 애니메이션은 정길훈 대표가 이끄는 퍼니플럭스에서 제작했다.

김 원장은 이달 말 임기만료에 따라 8년간 근무하던 경북콘텐츠진흥원을 떠난다. 그가 안동에서 지역문화콘텐츠 창작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12년 (재)안동영상미디어센터가 설립돼 이사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

“30년 동안 EBS에 근무한 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옮겨 일하다 은퇴할 무렵 안동에서 일해 달라는 권유를 받고 주저 없이 귀향을 결정했습니다.”

그가 이곳에서 관심을 기울인 것은 지역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실경뮤지컬’을 만드는 것이었다. “퇴계 선생과 기생 두향과의 절절한 이야기를 그린 ‘450년의 사랑’과 여성 독립운동가 김락여사의 일대기를 담은 ‘락’, 그리고 개성에서 안동으로 몽진한 공민왕과 노국공주를 주제로 한 ‘왕의 나라’ 등 7편의 뮤지컬을 이곳 야외무대에서 공연했습니다.”

그는 이 가운데 관람객 8만명을 동원한 ‘왕의 나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왕의 나라에 출연한 배우 150명과 스태프 150명 모두 이 지역 주민들입니다. 뮤지컬을 해본적도 없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다문화가족들도 있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왕의 나라’는 대박이 났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출연한 데다 야외민속촌을 무대에서 공연했고, 지역 젊은이들을 문화적 일자리와 연계시켰습니다. 지역 어르신들에게 뮤지컬을 통해 문화복지를 실현하는 데도 일조했다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김 원장은 문화콘텐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방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수도권에 밀집돼 있는 창작공간을 과감하게 지방으로 이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문화콘텐츠 창작의 중심도 지방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하루 두세 시간씩 출퇴근 시간을 소비할 필요가 없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어디서 일하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아닙니다. 지방에서는 불과 5000만원만 있으면 창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또 지역에 문화콘텐츠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에서 문화콘텐츠 사업을 하면 공급시장과 동떨어져서 안 된다고 하는데, 이는 단순한 예측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은퇴자의 80%가 시골 고향에 돌아오고 싶어 합니다. 예술분야 종사자는 더욱더 그렇습니다. 농축된 경험을 가지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지방에서 일하도록 수도권 위주의 정책을 과감하게 버려야 합니다. 지금은 지필묵(紙筆墨)을 가지고 앉아서 일하는 시대가 아니라 디지털디바이스로 시공간을 초월해서 일을 하는 때입니다.”

그는 또 “젊은이들에게 ‘지방으로 와라. 그러면 길이 보인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안동=류영현 선임기자 yhryu@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